[비바100] 성덕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영화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0-06-10 17:00 수정일 2020-06-10 19:17 발행일 2020-06-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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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ard] 영화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
로맨틱 코미디 명사 워킹 타이틀다운 명쾌한 울림
쇼비지니스와 음반산업을 기반으로 인간 사이의 '선'발랄하게 그려내
THE HIGH NOTE
10일 개봉한 영화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의 한 장면.(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기억하는가. 패션계를 배경으로 마녀 같은 상사를 만난 사회초년생의 고군분투기.10일 개봉한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음악버전이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어린시절부터 우상으로 여겼던 서태지나 조용필의 개인 비서가 되는 것. 극 중 3년 차 막내 매니저인 매기(다코타 존슨)는 슈퍼스타인 그레이스(트레시 엘리스 로스)의 온갖 잡일을 도맡는다.

꿈꾸던 직업을 얻었지만 일상의 고단함은 예상대로다. 전세계 투어를 하는 그레이스의 까다로운 취향을 맞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오랜 기간 그와 함께 일해온 선배들과 은근한 견제를 견뎌야 한다. 게다가 그레이스는 10년째 신곡이 없이 ‘견고한 자신만의 성’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성공한 여성이 겪어야 할 독함을 다룬다면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에서는 시대에 맞게(?) 여성끼리 연대하고 기회를 주며 결국 사랑도 쟁취한다. 그렇다고 너무 ‘뻔한 영화’는 아니다. 이 작품을 탄생시킨 워킹타이틀은 이미 ‘노팅힐’ ‘브릿지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등을 만든 로맨틱 명가다. 그 특유의 말랑한 감성이 귀를 확 트이게 하는 감미로운 음악과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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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코타 존슨과 트레시 엘리스 로스의 조합은 단순히 인종간의 결합을 넘어 할리우드가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를 대변한다..(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매기에게 까다롭게 구는 그레이스는 쇼 비지니스의 세계를 아는 여성이다. 히트곡만 제대로 편곡해 앨범을 내도 그래미시상식 트로피 몇 개는 너끈하다.

그런 그에게 음반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은 매기는 우연히 길에서 노래하는 무명가수를 만난다.

낮에는 슈퍼스타를 전담 매니저로 일하고 밤에는 직접 음반 프로듀서싱하는 매기의 일상이 무난하게 흘러가는가 싶더니 그레이스의 촉은 역시 남달랐다. 밤낮을 일하는 개인 비서의 느슨함을 단번에 알아채고 그간의 충성심을 알면서도 가차없이 잘라버린다.

영화는 모든 걸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 지역방송 DJ를 하며 소일거리를 하는 ‘촌구석 출신 인간’이 지닌 말로를 충실히 따른다.

하지만 제목에서도 보듯 ‘슈퍼스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안정된 쇼를 하며 스타성을 유지하는 대신 가수 인생 최초로 여성 프로듀서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극중 셀린 디옹, 마이클 조던 등 유명인의 실명이 거론되는 재미와 더불어 이 영화의 반전은 ‘설마’했던 일을 현실로 보여준다. 극 중 그레이스는 “마흔이 넘은 여자가수가 빌보드 차트에 오를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며 팬심을 넘어 오지랖으로 다가오는 매기에게 일갈한다.

인간관계의 ‘선’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미 올해 아카데미의 절대적인 수혜자인 한국영화 ‘기생충’이 증명하지 않았던가. ‘나의 첫 번째 슈퍼스타’를 향한 찬사에 너무 여러 영화를 엮어 넣었다. 예고편이나 음악에 이끌려 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그 이상의 재미와 훈훈함으로 가득차 있다. 113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