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도 객실 가동률 30% 미만'…위기의 호텔업계, 홈쇼핑서 반값 세일·레저기능 강화

노연경 기자
입력일 2020-06-10 06:00 수정일 2020-06-10 07:54 발행일 2020-06-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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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샵 홈쇼핑에서 숙박권을 판매한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GS샵 홈쇼핑에서 숙박권을 판매한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왼쪽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전경.(사진=GS홈쇼핑)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과 비지니스 출장객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위기를 겪고 있는 호텔업계가 홈쇼핑에서 반값 세일을 진행하고, 비지니스보다는 레저 기능을 강조하며 ‘호캉스족’ 잡기에 나서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5성급 호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와 롯데호텔 제주는 이례적으로 지난달 24일 나란히 GS샵 홈쇼핑과 현대홈쇼핑에서 각각 숙박권을 판매했다. 가격은 평소 객실 가격 대비 반값 수준이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의 경우 예약하는 곳마다 가격이 다르긴 하지만 수페리어룸 기준 평균 객실 가격은 20만원 선이며, 조식을 포함하면 가격이 더 올라간다. 반면 이날 홈쇼핑에서는 조식 2인이 포함된 수페리어룸 가격이 주중 기준 12만9000원에 판매됐다.

롯데호텔 제주도 같은 날 현대홈쇼핑에서 디럭스 패밀리 트윈 룸 숙박권을 주중 기준 24만9000원에 판매했다. 평소 같은 객실 가격은 30만원대 선이다. 늦은 밤 시간인 오후 10시45분에 판매를 진행했음에도 총 주문 건수는 5200여건을 기록했고, 주문 금액은 24억원을 달성했다.

마찬가지로 5성급 호텔인 서울드래곤시티 호텔과 더 플라자 호텔 역시 하루 숙박하면 다음에 1박을 더 머무를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1+1’ 상품을 내놓는 등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이처럼 콧대 높던 5성급 호텔들이 TV홈쇼핑에서 반값 할인을 진행하고,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묶어서 판매하듯 1+1 객실 판매를 한 이유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투숙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인터컨티넨탈 관계자는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했던 터라 코로나19 확산 이후 타격이 심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는 객실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새로운 판로를 찾다 보니 단시간에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는 홈쇼핑을 고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호텔업협회에서 지난 4월 코로나19 피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12개의 5성급 호텔의 평균 객실 가동률(OCC)은 26.1%에 그쳤다. 이들 호텔들은 5월과 6월 OCC 역시 30% 안팎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5성급 호텔들이 내놓은 추정 OCC은 5월이 28.4%, 6월이 32.1%였다.

지난해 20개의 5성급 호텔의 5, 6월 OCC는 각각 70.9%, 75.4%로 집계됐다. 호텔업계는 7~8월 휴가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객실 예약률이 높아지기 시작하는 5~6월에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정오섭 한국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서울과 같은 도심지역 호텔들이 비지니스 출장객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영항을 크게 받았다”라며 “성급별로 보면 객실이 많은 특급호텔 OCC가 특히 더 안 좋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서울신라호텔 플로팅 요가 프로그램
서울신라호텔 플로팅 요가 프로그램(사진=호텔신라)

그런가 하면 비지니스 고객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레저 기능을 강화한 패키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5월 이용객 중 레저가 목적인 고객 비중이 전체 예약의 약 90%를 차지하자 물 위에서 요가 동작을 하는 플로팅 요가 등 제주신라호텔의 레저 프로그램을 대거 도입했다.

최근 서울신라호텔에서 선보였던 허니문 패키지, 전복 한우 차돌박이 짬뽕 등도 제주신라호텔의 대표 상품을 재해석한 것이다. 도심지 호텔에서 안전하게 휴캉스를 즐기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비지니스 대신 레저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되자 이들을 겨냥해 글래드 호텔에서는 이색 패키지 ‘호텔로 출근해’을 내놓았다. 이 패키지는 출근시간인 오전 8시에 체크인해 다음날 퇴근시간인 오후 7시까지 총 35시간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호텔에서 업무를 보고 호캉스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해 틈새를 공략했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