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스타트업 차린 1세대 아이돌…클릭비 출신 노민혁 아워테리토리 대표 "펫 영양제로 펫팸족 행복 이끌 것"

유승호 기자
입력일 2020-06-09 07:10 수정일 2020-06-09 07:10 발행일 2020-06-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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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세대 아이돌서 아워테리토리 대표로, 클릭비 출신 노민혁
현실 장벽에 30년 기타 인생 내려놓고 창업전선
부산 낙향 뒤 '1인 창조비즈니스센터'서 구슬땀
'6조 펫 시장'서 생소한 헬스케어 사업 공략
新먹거리 CBD 낙점…국내 최초 펫 CBD카페 오픈
노민혁[인터뷰]
노민혁 아워테리토리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펫CBD카페 미미에토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반려동물 영양제와 펫카페를 통해 반려동물, 유기동물, 그리고 반려인이 모두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청년 스타트업이라 미숙한 게 많지만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드리밍, 백전무패, 환영문. 젝스키스, HOT, 신화 등과 함께 1세대 아이돌로 꼽히는 클릭비의 히트곡이다. 당시 클릭비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노민혁. 그는 최근 아이돌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스타트업을 창업해 펫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이돌 출신 기타리스트 노민혁에서 노민혁 아워테리토리 대표(36)가 된 것이다.

노민혁 대표가 창업한 아워테리토리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다. 현재 반려동물 영양제 브랜드 펫테리토리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3층 규모의 국내 최초 ‘펫 CBD(칸나비디올) 카페’인 미미에토를 열었다. 미미에토는 펫 CBD 카페, 펫 헬스케어 카페, 펫 동반 카페까지 총 3가지를 콘셉트로 하고 있다.

노 대표는 “기타리스트도 지금은 과거형이 됐다”며 “현재는 아워테리토리 법인의 대표로서 사업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입을 뗐다. 이어 그는 “며칠 전 펫카페 미미에토 오픈식 때 기타를 쳐달라는 부탁을 받고 1년 만에 기타를 잡았는데 손가락이 너무 아프더라”며 웃어보였다.

노 대표는 기타 신동으로 불리며 일찍부터 아이돌 생활을 했다. 그룹 클릭비와 애쉬그레이에서 기타리스트를 맡았던 그가 인생의 전부였던 음악을 모두 내려놓고 창업에 뛰어 든 건 ‘현실’이라는 장벽을 마주한 탓이다. 특히 부친의 간암 투병이 그의 생각을 뒤바꾼 계기가 됐다.

노 대표는 “사업, 창업을 시작할 때에도 많은 용기가 필요한데 음악까지 내려놓으려고 하니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며 “음악은 제 삶 그 자체였다. 8살 때부터 기타 신동으로 알려지면서 거의 30년 가까이 쳤으니까…”라며 말 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가 간암 투병으로 쓰러지시니까 돈 이라는 게 현실로 다가왔다”며 “당시 애쉬그레이라는 밴드가 돈을 많이 벌던 것도 아니고 저 역시도 돈이 있던 게 아니라 병원비가 필요했고 음악하면서 안 하려고 했던 기타 레슨까지 해가며 병원비를 내니 생각의 틀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표는 “‘예술, 음악으로만 돈을 벌거야’ 이런 생각을 하다 결국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제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었다”며 “아버지를 떠나보내면서 어머니마저 이렇게 보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노민혁[인터뷰]
노민혁 아워테리토리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펫CBD카페 미미에토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인생 자체인 음악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노 대표가 창업을 택한 또 다른 이유는 가까웠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사기였다. 사기를 당해 서울에서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던 그는 2017년 결국 고향인 부산으로 낙향을 결심했다. 낙향한 뒤 그는 무작정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1인 창조비즈니스센터’를 찾아갔다. 창업을 위해서였다.

노 대표는 “아버지가 막무가내로 부딪히는 성격이었는데 제게도 아버지의 그런 기운이 있었는지 낙향하고 나서도 막막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1인 창조비즈니스센터에 찾아가 창업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무작정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첫 질문이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고 회상했다.

여러 창업 아이템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다 노 대표는 펫 사업을 택했다. 어렸을 때부터 반려동물을 좋아했고 펫 사업이라면 공부하면서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게 노 대표의 설명이다. 게다가 성장 중인 펫 산업 시장 가운데 펫 헬스케어 시장은 이제 막 형성된 시장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9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올해 5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노 대표는 “6조원의 펫 산업에서 시장이 포화된 부분은 사료, 의류 등으로 정해져있는데 여기에 들어가서 경쟁해봐야 싸움이 안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반면 펫 박람회에 나가보니 반려동물 영양제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도 적고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노민혁[인터뷰]
노민혁 아워테리토리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펫CBD카페 미미에토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bestnews2018@viva100.com)

노 대표는 2018년 10월 반려동물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하는 아워테리토리를 창업했다. 이후 지난해 아워테리토리의 첫 브랜드 ‘펫테리토리’를 선보였다. 펫테리토리는 천연 특허 효소 아라자임과 자일라나제를 이용해 단백질을 분해시켜 반려동물의 소화 흡수를 돕는 영양제다. 특히 한국생명과학연구소와 함께 만들어 신뢰도를 높였다는 게 노 대표의 설명이다. 

노 대표에 따르면 와디즈를 통한 1차 펀딩에서 300만원대를 기록했으며 2차 펀딩은 1200만원을 기록했다.

현재 노 대표는 헬스케어 사업 아이템으로 CBD를 주목하고 있다. CBD는 의료용 대마다. 뇌전증, 치매, 항암,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며 분리불안, 우울증, 공격성 등의 정서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반 대마와 달리 향정신성 작용을 하지 않은 CBD는 최근 마약류 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상용화가 가능해졌다. 아워테리토리는 CBD 국내 독점 수입업체인 그리너리와 손을 잡고 햄프 사티바 종 줄기에서 추출한 CBD를 사용한다.

그가 서울 연희동에 국내 최초 펫CBD카페인 미미에토를 오픈한 것도 펫 헬스케어용 CBD와 소비자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노 대표는 “처음 CBD가 우리나라에 도입이 되다 보니까 아직 진짜와 가짜에 대한 구분과 경계선이 모호하고 소비자들이 잘 모른다”며 “가짜 제품들이 너무나 많고 진짜처럼 팔리고 있어 CBD의 올바른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보를 같이 공유하기 위해 이 카페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사업목표를 묻자 노대표는 감성적 목표와 이성적 목표 두 가지를 이야기 했다. 펫 헬스케어 사업으로 인해 반려동물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이 퍼져나갔으면 좋겠다는 게 감성적 목표라면, 아워테리토리가 새롭게 시도하는 CBD 사업, 그리고 이번에 오픈한 펫카페 미미에토가 자리를 잘 잡고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도록 하는 것이 이성적 목표인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미미에토를 방문하는 고객의 70~80%가 반려동물과 함께 오는 만큼 많이 찾아오셔서 반려동물과 예쁜 추억 남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