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논란에 체면 구긴 케이팝 대표주자들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0-06-04 18:00 수정일 2020-06-04 18:00 발행일 2020-06-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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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Tallk] 방탄소년단 슈가, 믹스테이프에 美사이비 교주 음원 삽입 논란
트와이스도 ‘뮤비’ 표절 논란에 고개 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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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Agust D) 믹스테이프 ‘D-2’ 커버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한국을 대표하는 케이팝 그룹들이 연이은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특히 이번 논란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먼저 제기됐다는 점에서 향후 해외 활동이 잦은 케이팝 그룹들의 방향성 정립에 중요한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방탄소년단 슈가는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활동명으로 내놓은 두 번째 믹스테이프 ‘D-2’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달 22일 발매된 믹스테이프는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7위에 올랐고 타이틀곡 ‘대취타’도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68위에 올랐다. 한국 솔로가수의 앨범이 영국앨범차트 톱10에 오른 건 슈가가 처음이다.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도 한국 솔로 가수 최고 순위인 11위를 차지다. 이외에도 세계 80개 국가 및 지역의 아이튠즈 톱 앨범차트와 50개 국가의 톱송 차트를 휩쓸었다. 

그러나 눈부신 성과에도 믹스테이프의 또 다른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에 미국 사이비 종교 교주 짐 존스의 연설이 사용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어떻게 생각해’는 방탄소년단의 성과를 바라보는 외부의 부정적 시선에 대한 일갈을 담은 곡이다. 

짐 존스는 1950년대 ‘인민사원’(Pedples Temple)이라는 사이비 종교를 세운 인물이자 1978년 ‘존스타운 대학살’의 주역이다. 당시 신도들의 가족에게 제보를 받은 미국 하원의원인 리오 라이언이 조사를 실시하자 무장한 신도에게 라이언 살해 지시 및 신도 전원 음독자살을 강요하고 자신도 사망한 채 발견됐다. 무려 900명이 사망한 이 사건은 2001년 9.11 테러 이전까지 가장 많은 미국 시민이 사망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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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에 사용된 연설은 짐 존스가 1977년 “당신은 죽더라도 살 것이다. 살아서 믿는 자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내용으로 도입부에 담겼다. 해외 누리꾼들을 통해 짐 존스 육성 사용의 문제가 제기되자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는 “해당 곡을 작업한 프로듀서가 연설자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선정했으며 회사 역시 부적절한 샘플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곡에 포함했다”며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이로 인해 상처 받으셨거나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그러나 빅히트의 발 빠른 대처는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과거 슈가가 팬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영상에서 노트북을 통해 짐 존스의 육성 샘플링이 흘러나오는 장면을 포착해 SNS에 올리며 빅히트의 해명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아티스트가 풍자나 비판의 의도를 가지고 해당 연설을 사용했다면 일부 팬들은 싫어할 수 있겠지만 도덕적으로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빅히트의 빠른 해명보다는 프로듀서를 맡았던 슈가가 직접 나서 의도를 설명하는 게 중요했다는 의미다. 
트와이스 단체
걸그룹 트와이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이 교수는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배경에는 가사에서 오는 밝고 긍정적 메시지, 케이팝 그룹 특유의 소통과정이 있기에 빅히트 입장에서는 빨리 입장을 밝힐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다른 힙합 가수들처럼 믹스테이프 콘텐츠를 그대로 밀어붙이기에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와 힙합 가수 민윤기 사이에서 오는 정체성의 간극을 메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또 다른 케이팝 스타 트와이스도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트와이스가 지난 1일 발표한 미니 9집 ‘모어 앤드 모어’(More & More)의 동명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에 외국 아티스트의 조형작품과 흡사한 구조물이 등장해 원작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문제의 장면은 멤버들이 연못 위에 설치된 무대에서 군무를 추는 장면이다. 이 무대에 설치된 형형색색의 아치가 미국 설치미술가 데이비스 맥카티의 작품 ‘펄스 포털’(Pulse Portal)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데이비스 맥카티도 자신의 SNS를 통해 “트와이스가 내 조형물을 표절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며 “뮤직비디오는 벌써 1500만뷰를 넘어섰다. 이것은 예술에 대한 노골적인 저작권 침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트와이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세트가 특정 작품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인지해 뮤직비디오 제작사에 원작자와 대화를 통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본사도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출시하는 회사로서 이런 일이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검증 시스템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