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예적금 해지, 대기성 예금에 몰리는 돈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20-06-03 16:31 수정일 2020-06-03 16:31 발행일 2020-06-04 1면
인쇄아이콘
114872852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의 수신상품 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서, 정기 예·적금을 줄줄이 해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갈 곳 잃은 자금들이 요구불예금으로 들어가면서 대기성 자금이 크게 늘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5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513조63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과 비교해 7조9059억원 급감한 수치다. 특히 4대 시중은행 모두 정기예금 잔액이 줄어들었다.

정기예금은 잔액은 3월 518조2475억원, 4월 516조6854억원, 5월 512조1758억원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월에 558조1900억원으로 전달보다 23조5668억원이나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식 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MMDA) 등 예금자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을 뜻한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이자율이 낮아 아직 갈 곳을 못 찾은 돈이 머물거나 거쳐가는 성격이 강하다.

예·적금 금리가 부쩍 낮아진 상황에서 이렇다 할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요구불예금으로 흘러들어갔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은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5%로 추가 인하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지면서 각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이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1000만원을 은행 정기 예·적금에 맡기면 1년 기준 세금을 제외한 이자는 5만원 수준에 그친다.

코로나19로 인해 가계 살림이 팍팍해진 것도 영향을 줬다. 실업, 실직, 단축근무 등이 많아지면서 이전보다 줄어든 월급에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정기예금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시중은행들도 하나둘씩 수신금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 예·적금 상품의 금리는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식시장은 상황이 좋아 예·적금을 해지하고 주식에 투자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