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어디에…정유업계, 코로나19에 '4兆 적자' 현실로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20-05-06 16:19 수정일 2020-05-06 16:21 발행일 2020-05-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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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기계적 준공을 마친 SK에너지의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예고됐던 정유사업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1분기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손실로 수천억에서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6일 공시를 통해 지난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1조1630억원과 영업손실 1조775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SK이노베이션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분기 적자다. SK이노베이션의 분기 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2조1033억원,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보다는 1조8977억원 급감한 수치다.

이번 실적 악화는 주력사업인 석유사업에서 약 1조636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유가 급락으로 인한 재고관련 손실 규모가 9418억원을 기록했으며, 항공유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원유가격보다 낮아지는 역마진이 발생하며 적자폭이 확대됐다. 환율 강세에 따른 환차손 영향으로 2720억원의 영업외손실까지 발생하며 세전손실은 2조원을 넘어섰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지난해부터 심각해진 시장상황 악화 속에서 코로나19 영향과 국제유가 급락, 환차손까지 더해 ‘4중고’에 직면한 최악의 시기에 나온 영업실적”이라며 “지난 1962년 회사가 정유 사업을 시작한 이후 나온 최악의 경영 환경”이라고 전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말 실적을 발표한 S-OIL(에쓰오일)도 1분기 영업손실이 1조73억원에 달해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5632억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거뒀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 역시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올해 1분기 정유4사의 총 영업손실이 4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달부터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시행되고 코로나19도 점차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최근 바닥으로 하락한 수요가 다시 평균 수준을 찾는 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정유사업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정제마진 역시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는 만큼 업계는 2분기까지는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은 정기보수를 앞당기는 등의 대책을 통해 가동률을 조정하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6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울산CLX는 코로나19로 인한 제품 수요 감소를 감안해 보수적 수준의 운영을 해 나갈 것”이라며 “2분기에는 설비 정비를 통해 1분기 대비 일평균 15만 배럴 수준의 감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달 초부터 이달 말까지 제2공장 정기보수를 진행해 원유 및 제품 재고를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혜인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