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밸류없 지수' 오명 벗으려면

이원동 기자
입력일 2024-10-10 09:07 수정일 2024-10-10 09:17 발행일 2024-10-11 19면
인쇄아이콘
이원동 기자
이원동 금융증권부 기자

지난달 24일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밸류없 지수’라는 오명으로 불리고 있다. 구성 종목의 형평성 논란과 선정 기준이 모호해서 생긴 문제다.

거래소는 7개월간의 준비와 5단계 선별 과정을 통해 100개 종목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지수 개발 취지와 거리가 멀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일부 기업가치 제고에 적극적인 금융주나 저평가된 고배당 종목은 제외된 반면,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던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특례 편입’ 사례는 원칙을 저버린 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뒤늦게 나온 거래소 측의 해명도 설득력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밸류업 정책 시행의 당위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향후 밸류업 지수를 기반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앞두고 있는 자산운용사와 소통하고,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를 독려하는 등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4분기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6월 정기 재조정(리밸런싱)에서 상당수 공시 기업들의 종목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밸류업 지수가 시장에서 재평가받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밸류업 활동을 지수에 반영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으로 상장사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기업들도 당초 취지에 맞춰 주주환원 강화와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한다. 결국 밸류업 지수의 성공 여부는 기업과 투자자 간의 신뢰 구축에 달려있다. 지속적인 소통과 가치 제고 노력으로 자본시장 전체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해 나간다면 밸류업 정책은 한국 증시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다. 거래소가 지속적인 제도 개선으로 남은 반쪽을 잘 채워나가길 응원한다.

이원동 금융증권부 기자 21cu@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