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기업의 배리어 프리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입력일 2024-02-22 15:15 수정일 2024-02-22 15:18 발행일 2024-02-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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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의 편리를 위해 환경적·심리적 벽을 없애자는 운동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그리고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이 운동은 공공시설, 건축물 등에서 시작해 실행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유럽은 이미 교통, 공공서비스, 교육, 제품, 정보, 고용 등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 행동방침’을 제정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배리어프리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특히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은 특수 마우스, 키보드, 스위치, 음성 인식, 눈동자 인식 등 장치와 기술을 장애인들에 제공해 그들이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거나 게임을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덕분에 시각, 청각, 지적 등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장애인들에게 인터넷은 세상과의 소통과 정보교류를 위한 중요한 서비스 수단이다.

게임회사 넷마블은 장애인들의 사회참여와 권익보호를 위해 2019년 업계 최초로 장애인 운동 선수단을 창단했다. 기업 입장에선 사회적 문제로 손꼽히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 문제에 대응하긴 위한 활동이라고 하나 조정 종목 등의 선수들은 기업의 후한 지원을 받으며 운동 단체활동으로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밖에 넷마블은 ‘게임콘서트’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 ‘게임소통학교’ 등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활발한 문화공헌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LG전자는 경남 창원시의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예술단체 ‘희망이룸’과 후원협약을 체결하고 지역 장애인 문화예술 증진을 위한 봉사·나눔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발달장애인 40여 명으로 구성된 희망이룸 오케스트라는 2012년 창단해 매년 장애 인식개선을 위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창단 후 지금까지 누적 관중 수는 20만명을 넘었다고.

콜센터 아웃소싱 운영사인 신한서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작가 교류전을 후원했다. 이뿐 아니라 신한서브는 2019년부터 회사 내에 작가 직무를 신설해 장애 예술인들을 직접 고용해 안정적인 자립환경을 구축했다. 고용된 예술인들은 급여를 받고 매일 창작 작업을 진행한다.

요즘은 연극이나 음악 공연에서 청각 장애인 관객을 위해 해설사가 등장해 대본 지문을 읽어주기도 하고 무대 위 소리를 느낄 수 있는 진동 팔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해설뿐 아니라 자막, 수어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예술로의 접근성은 장애를 가진 관객뿐 아니라 장애인 예술가에도 절실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막론하고 그들이 가진 예술성의 가치가 다르다 할 수 없다. 대통령 영부인이 장애인 예술에 관심이 많다는 등 단편적·정치적인 이슈와 관점에서 벗어나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장애인 예술가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주순이 한국메세나협회 경영기획팀장·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