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상표공존동의 제도 시행...소비자 오인·호동 막을 보완장치 필요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입력일 2024-02-12 14:19 수정일 2024-02-12 14:21 발행일 2024-02-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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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 변리사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올해 5월부터 ‘상표공존동의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상표공존동의 제도는 후출원상표가 선등록 상표의 일부와 동일·유사하더라도 두 당사자가 이에 대하여 합의한다면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전부터 미국, 유럽, 영국 등 해외에서는 상표공존동의 제도를 운용해 왔다.

우리나라 특허청은 2023년 1월 디지털 전환 대응과 국민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지식재산 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표공존동의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상표법상 한 그룹의 계열사 간이라도 법인격이 다르면 상표법상 타인에 해당하여, 지주회사와 계열사 간에 상표권 명의 변경 또는 양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보통의 경우 지주회사가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고, 많은 대기업의 계열사에서는 지주회사와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의 그룹명칭을 포함한 상표를 사용한다.

이 때 상표공존동의 제도가 도입된다면, 두 기업은 상표 공존에 동의함으로써 번거로운 명의 변경이나 양도 절차 없이 동일, 유사한 상표를 모두 등록해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는 이점이 발생한다.

또 일반 기업의 경우 종전에는 동일, 유사한 상표에 대해서는 동일인만 등록가능하고 등록 이후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어, 유사한 두 상표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등록 후 재양도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이 경우 양도 진행 시 큰 비용이 지출될 가능성이 있고 선등록상표권자가 후출원인을 위해 상표 등록 후 양도를 해주어야 하는 이중의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따라서 동일, 유사 상표의 공존 등록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 상표공존동의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상표법의 주요 입법취지 중 하나인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관점에서는 공존 등록 시 수요자들이 출처를 오인하거나 혼동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일반 바지와 스웨터를 판매하는 의류 회사 A에서 ‘MINA’라는 브랜드를 등록했으나 이후 기능성 스포츠 의류만을 판매하는 회사 B에서 ‘MINA’를 후출원하여 유사한 지정상품 분야에서 공존 등록의 필요성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양 회사, A와 B가 공존 등록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수요자에게 오인, 혼동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일반 의류와 스포츠 의류 전문 매장이 다르기도 하지만, 스포츠 의류를 일상 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게 출시되어 스포츠용인지 일상용인지 명확한 경계가 없는 옷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 경우 수요자들의 오인, 혼동 발생 여지가 다분해 보인다. 이런 경우까지 공존 등록을 허용해 주어야 할지 심사관은 꽤 고심하게 될 수 있다.

상표공존동의 제도의 도입은 불필요한 절차의 낭비를 방지한다는 점, 거래사회의 구체적인 오인 혼동성을 고려하여 기업의 규제를 완화하여 산업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 국제적 흐름을 따라간다는 관점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다만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출처의 오인·혼동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제도를 선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를 위해 향후 공존등록동의 제도의 활용에 따라 심사실무 차원의 계속적인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