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38·전무)이 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1986년생인 신 전무는 일본 유명 사립학교인 아오야마가쿠인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마친 후 게이오 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신 전무의 첫 사회 생활은 노무라 증권으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재직했다.
롯데에 발을 들인 후에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2020년에는 일본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해 근무하다 2022년 한국 롯데 산하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상무보)로 자리를 옮긴 뒤 같은 해 8월 일본 롯데파이낸셜 최대주주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이어 12월 상무로 승진했고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신 전무의 이 같은 행보는 아버지인 신 회장과 유사하다. 신 회장도 첫 사회 생활을 노무라증권에서 시작했으며 미국 컬럼비아대 MBA 과정을 밟았다. 아울러 부자 모두 34살에 일본 롯데에 입사했다. 롯데상사에서 부장으로 입사한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신 전무가 국내에서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22년 9월 신 회장의 베트남 출장길에 동행하면서다. 당시 신 회장 부자는 응우옌 푹 베트남 총리와 현지 사업을 논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3월 한국을 방문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과 신 회장의 만남에 배석하는가 하면 같은 해 베트남에서 열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픈식에도 함께 해 아버지의 지근거리에 머물며 보필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아들은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유통 부문에서도 활동할 계획도 앞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3세 승계 구도를 명확하게 한 바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신 회장의 말대로 지난 연말 그룹 임원 인사에서 전무 승진과 동시에 롯데지주에 신설된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게 됐다. 이어 롯데그룹은 신 전무가 이끌고 있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을 글로벌팀과 신성장팀으로 조직을 재정비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 전무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4’에 참석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동향을 파악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신 회장 없이 혼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신 회장이 신년사에서 ‘AI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한 만큼 미래 성장동력과 신사업 발굴을 위해 전면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신 전무가 경영 승계에 대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국적·병역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일본 국적인 그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하는데, 국내 병역법상 만 38세가 돼야 병역 의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올해 38세인 신 전무가 한국 국적 취득이 가능해진 시기가 됐으나 병역 기피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는 롯데지주 및 계열사, 롯데홀딩스의 지분도 확보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 승계를 위한 수업을 받으며 동시에 초고속 승진을 하는 점은 이미 경영 능력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라며 “조직 내 헤게모니를 잡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경영 성과에 따라 신 전무의 능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계에서도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장민서 기자 msj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