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통신업계, '출혈경쟁' 재점화 놓고 엇갈린 시각

박준영 기자
입력일 2024-01-29 05:00 수정일 2024-01-29 05:00 발행일 2024-01-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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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단통법 전면 폐지<YONHAP NO-2446>
서울 시내 한 휴대폰 판매점 앞 홍보 문구.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0년간 실용성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추진한다. 정부의 단통법 폐지 추진에 대해 통신업계에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마케팅 출혈 경쟁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재 통신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화된 상황이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동통신 3사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알뜰폰이 단통법 폐지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가 공식 발표된 이후 통신업계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국무조정실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통신사, 유통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들이 저렴하게 휴대전화 단말을 구매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단통법을 폐지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스마트폰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자 지난 2014년 도입됐다. 하지만, 갈수록 스마트폰 가격은 비싸지고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면서 ‘모두가 비싸게 단말기를 사는’ 최악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정부의 단통법 폐지 방침에 대해 통신 3사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다. 다만, 단통법 덕분에 통신시장 전반이 안정화됐다며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적용되면서 불법 보조금이 사라져 건전한 마케팅 투자가 이뤄졌다. 단통법이 무조건적인 악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사전개통이 시작된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가 단통법 폐지에 대한 통신업계의 반응을 엿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S24는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사전판매 대수인 121만대를 기록하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정식 발매 후에도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통신업계의 마케팅 정책 변화를 갤럭시 S24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단통법이 폐지된다 하더라도 이통 3사의 마케팅 비용 부담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단말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화됐고, 가장 마케팅이 활발해야 할 5G 역시 6년차에 접어들면서 이통사 간 고객 유치 경쟁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삼성스토어, 애플스토어 같은 가두점이나 네이버, 쿠팡과 같은 e커머스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비중이 늘었다”며 “스마트폰 사양의 상향 평준화로 단말기 교체 수요가 줄어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이 상당히 안정화됐다. 이번 정책으로 마케팅 비용이 일부 증가할 수는 있겠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는 단통법 폐지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자금력에서 떨어지는 알뜰폰 업계가 이통 3사와 보조금 경쟁을 펼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부실한 5G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로 ‘자급제+알뜰폰’ 조합이 인기를 끌면서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됐는데,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다시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폐지돼 보조금 경쟁이 심화되면 알뜰폰 업계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며 “알뜰폰 시장 위축 등 법안 폐지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