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라던 '메타버스',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나

박준영 기자
입력일 2024-01-25 06:37 수정일 2024-01-25 06:37 발행일 2024-01-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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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
메타버스월드의 메타버스 플랫폼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 (이미지제공=넷마블에프앤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한 때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던 ‘메타버스’가 이제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메타버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과 인기가 급감한데에는 전반적인 경기 불안 장기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규제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IT 업계의 메타버스 관련 사업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타버스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한 IT 업체들이 잇따라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넷마블에프앤씨는 최근 산하 자회사 ‘메타버스월드’의 전 직원에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법인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메타버스월드에는 약 70여명의 직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메타버스월드는 넷마블의 서브컬처 종합 IP 프로젝트 ‘그랜드크로스’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플랫폼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를 개발해 왔다. 언리얼 엔진5를 이용해 개발한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는 캐주얼한 캐릭터와 실사풍 배경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통합 메타버스 플랫폼을 지향했으나 넷마블에프앤씨가 관련 법인을 정리하면서 프로젝트는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메타버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컴투스도 지난해 9월 메타버스 자회사 컴투버스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및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컴투스의 경우 메타버스 사업을 완전히 종료하진 않았으나 희망퇴직 이후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카카오 관계사인 넵튠의 자회사 컬러버스는 회사 내부 재정상황 문제로 두 차례의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며, 지난달에는 모바일 3D 메타버스 ‘퍼피레드’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넥슨이 지난 2022년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넥슨타운’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SKT, MCM과 ‘이프랜드 전용 아이템 컬래버레이션
SKT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이미지제공=SKT)

현재 메타버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은 통신업계다. SKT는 ‘이프렌드’, KT는 ‘지니버스’, LG유플러스는 ‘키즈토피아’를 선보이며 국내 및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SKT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IT 업체들과 이프랜드 퍼블리싱 파트너십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섰으며 지난해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한 프로게임단 ‘T1’의 유니폼 전면에 이프렌드 로고를 넣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KT는 지난해 3월 지니버스의 오픈베타 버전을 출시했으며 10월 열린 ‘글로벌 AI 콘퍼런스 2023’에서는 지니버스의 생성형 AI 기술을 발표했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5월 정식 출시한 어린이 특화 메타버스 서비스 키즈토피아는 국내외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한국어 버전 생성형 AI를 키즈토피아에 탑재하며 서비스를 고도화했다.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메타버스 내 게임물이 포함된 경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규제 리스크에 직면했다. 이통 3사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메타버스의 특성을 고려해 자사의 메타버스에 게임 요소가 들어간 여러 가지 미니게임을 도입했다. 만약, 게임산업법이 적용되면 이통 3사의 메타버스에도 이용자 본인 인증과 등급 분류, 과몰입 방지 등의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통신업계는 정부의 규제 리스크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게임산업법이 적용되면 비용이 증가하고 이용자 감소도 예상돼 현재 업계가 추진하는 메타버스의 사업 전반이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