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빗나간 '세컨드 홈' 정책 재고해야

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
입력일 2024-01-11 13:56 수정일 2024-01-11 17:16 발행일 2024-01-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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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진
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

조세의 대원칙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조세 정책을 보면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세컨드 홈 활성화’ 방안이다. 세컨드 홈 활성화는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 주택 1채를 신규 취득하는 경우에도 1주택자로 간주해 재산세와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감면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세컨드 홈 활성화 방안은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를 통해 생활인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취지가 달성될지는 의문이다. 인구감소지역에 이사하는 것도 아닌 별장 같은 집 한 채를 더 장만한다고 해서 얼마나 생활인구가 유입·확대되고 더 나아가 지역이 ‘부활’할까 의심스럽다. 단지 집주인이 상대적으로 더 부자로 바뀌는 수준에서 머물 수 있다.

정부가 정말 인구감소지역에 인구를 늘리고 싶다면 특히 수도권 지역 사람이 정주를 위해 이사를 하는 경우 더 많은 조세 혜택 등을 제공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것이다. 이 때문에 세컨드 홈 활성화가 부자들의 부동산 투기 욕구만 채워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대원칙에 반하는 조치이다. 원칙이 깨지면 정책의 신뢰는 얻기 어렵다. 조세 정책의 원칙이 흔들리면 납세 저항만 커질 수 있다. 지난해 감세 영향 등으로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와중에도 계속되는 이 같은 ‘부자 감세’라고 볼 수 있는 대책에 재정 안정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효과는 의문시 되지만 ‘부자 감세’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세컨드 홈 활성화 정책을 재고하기 바란다.

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