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한 위성 발사에 9·19합의 효력정지로 맞불…독자제재·안보리 논의도 추진

정재호 기자
입력일 2023-11-22 15:10 수정일 2023-11-22 15:13 발행일 2023-11-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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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성공
북한 정찰위성 발사(연합)

북한이 지난 21일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기습적으로 감행한 가운데 정부도 대북 정찰 강화로 맞대응에 나서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전날 밤 10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올해 5월 1차 발사와 8월 2차 발사에 실패한 이후 3번째 발사 만에 정찰위성 운반 로켓을 제대로 발사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9·19 남북군사합의 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정지를 의결하며 대응했다. 효력정지된 조항은 군사분계선(MDL) 주변 일정 구역에서 비행을 금지한 것으로, 그동안 북한보다 우월한 공중 정찰 자산을 보유한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국방부는 “군은 9·19 합의 이전에 시행하던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의 도발 징후에 대한 공중 감시·정찰 활동을 복원할 것”이라며 “북한 도발에 대한 상응 조치이고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또 독자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논의 등의 대응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2차 발사했을 때도 북한의 무인기 관련 핵심기술 개발과 정보기술(IT) 인력 송출에 관여한 류경프로그램개발회사 및 이 회사의 중국 주재 관계자 등에 독자제재를 가한 바 있다.

특히 이번에는 북한의 위성이 궤도에 올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향후 위성이 정상작동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그 배경에 러시아의 역할이 있었는지를 둘러싸고 우려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북러 군사협력을 겨냥한 독자제재 방안이 한미일 등 유사입장국 사이에서 더 적극적으로 검토될지 주목된다.

한편 앞선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때처럼 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등의 협의를 바탕으로 조만간 소집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지만, 이번에도 결의는 물론 의장성명 등 안보리가 공동의 대응 조치를 내놓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이 아닌 미국에 정세 악화 책임을 돌리며 안보리의 대응 조치를 가로막아 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달 안보리 의장국이다.

그러나 북러 군사협력이 계속 진전되는 것을 중국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는 중국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려는 노력을 계속할 전망이다.

특히 오는 26일을 전후로 부산에서 개최가 유력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할 경우 한중간 중요한 소통 기회가 될 수 있다.

외교가 안팎에선 왕 부장이 방한해 박진 외교부 장관과 양자회담을 개최한다면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와 북러 협력 진전 상황이 상호 관심사 중 하나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