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지역축제 바가지 요금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23-10-29 14:19 수정일 2023-10-29 14:21 발행일 2023-10-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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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애시당초 그들은 지역을 살리는 일에 큰 관심이 없었다. 장돌뱅이들은 메뚜기 한철 장삿속 만 챙길 뿐이다. 하지만 그들도 먹고 살려고 지역에서 간간이 생기는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는 것이다. 그래서 축제를 통해 지방이 성장하고 외국관광객까지 유치하려는 밑그림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지역축제를 둘러싼 지역민, 외지상인과의 관계가 그만큼 복잡하다.

늘 되풀이 되는 지역 축제 바가지 논란은 지방자치단체들의 골칫거리다. 이에 외식 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이제는 지역 축제에도 등장했다. 자신의 고향인 충남 예산의 맥주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공적을 바탕으로 한국관광공사와 업무 협약을 맺고 지역 축제 살리기에 나섰다. 관광공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문화관광축제 먹거리 개선 시범사업으로 ‘금산세계인삼축제’에서 특화 먹거리로 ‘백종원의 금산인삼 푸드코너’의 인삼소시지, 인삼침 등 신상 메뉴를 선보이면서 운영했다. 
그만큼 그의 능력과 선의가 인정받은 셈이지만 속 사정은 복잡할 수 있다. 터무니없이 바가지 씌우는 외부 단타 세력은 공공의 적이므로 논외로 하자. 그리고 지역 상인들은 지자체를 통해 손쉽게 백종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지역의 뿌리 없이 전국 축제를 돌면서 하루하루 먹고 사는 외지상인들이다. 이런 외지상인에게 백종원은 손을 내미는 친구일 수도 있지만 불편한 불청객일 수도 있다. 백종원과 손을 잡지 아니하는 상인들은 백종원의 명성과 권위에 눌려 주도권을 뺏기기 때문이다. 
“백종원이 한쪽만 살리니까 그 옆에는 다 죽어버렸다” “백종원 간판으로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 간다” 등 볼멘 소리가 괜히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다. 백 대표 부스의 판매 가격은 공인받은 축제장 안에 위치한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 있고 인지도가 높은 백종원 브랜드에 수요가 더 몰리면서 그와 관련 없는 상인들은 울상을 짓는다.
지역 살리기 이전에 일반 상인들의 생존도 무시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지역 축제는 지역 상인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민의 숫자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마다 축제의 붐을 일으키려면 전국적으로 움직이는 외지 상인의 역할과 입장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축제장 바깥도 축제의 일부로 여긴다. 외지상인은 축제장 바깥이라도 사유지에 비싼 자릿세를 내고 축제에 참여하니 음식 가격을 높여 판매하게 된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지만 사유지를 마음대로 단속할 권한도 없다. 1000만원이 넘는 자릿세를 내는 외지상인의 고초가 판매행위를 지자체의 계도만으로 제어하기에 만만치 않다. 백 대표 역시 자신을 비난하는 상인들을 향해 SNS채널을 통해 “이 자리를 빌어 외지 상인들에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그분들에게는 (축제가) 1년 농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1년 농사를 축제 따라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짓긴 하지만”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렇듯 백종원이나 공공기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부분까지 꼼꼼이 보듬기란 어렵다.
바가지 현장 점검을 강화해야 지역 축제를 찾는 발길이 늘어난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도 바가지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바가지 근절은 외지상인도 최대한 제도권으로 편입시켜야 하며 사유지 관리를 포함해 공식 판매인이 아닌 경우에도 자발적으로 축제 측에 협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문체부가 축제통합페이지에서 지역축제 먹거리 가격, 사진, 중량 정보를 사전 제공하는 노력은 서서히 성과를 거둘 것이다. 외지상인도 결국 따를 수밖에…. 
모두가 백종원 깃발 아래 모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백종원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바가지 근절 캠페인을 널리 알리는 것은 지역 축제를 살리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가격 좀 내리세유~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