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소비자교육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
입력일 2023-08-31 14:22 수정일 2023-08-31 14:23 발행일 2023-09-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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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

소비자는 기업·정부와 더불어 한 나라의 경제 주체를 이룬다. 따라서 소비자가 합리적이고 올바른 소비 활동을 하지 못하면 경제 메커니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취지로 헌법 제124조는 국가가 소비자의 건전한 소비행위 등을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보장토록 하고 있고, 소비자기본법에서는 소비자권익을 위한 종합적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과거의 소비자정책은 소비자가 기업과의 거래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놓여있다고 보아 소비자피해 보호를 주된 목표로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IT 기술·기기의 발전 등 소비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소비자를 보호의 객체가 아닌 적극적 경제 주체로 인식하는 소비자주권론이 등장했다.

소비자주권론의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교육은 소비자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교육 추진 대표기관인 소비자원은 현재 지역, 노인 복지관, 학교 등 소비자교육 수요가 있는 경우 내부 직원 또는 외부 전문강사를 파견하여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강사 양성이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어 전국적인 교육 수요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기는 한계가 있다.

최근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몇 년간의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디지털 대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1인 가구와 다문화가정, 고령 인구의 비중이 크게 늘면서 소비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교육 또한 이러한 변화에 발 맞춰 소비자 관점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하고 추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소비자교육 추진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소비자정책 주무 부처인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 지자체, 소비자단체, 관련 학계 및 전문기관 등의 자원 공유와 역할 분담을 위한 협력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소비자교육과 관련한 국가적 노력과 정책 방향 등을 담은 가칭 ‘소비자교육 추진법’ 제정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둘째, 전통적인 오프라인 위주의 소비자교육에서 벗어나 비대면·온라인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디지털기기 사용에 익숙한 청소년이나 MZ세대, 그리고 소비자분야 전문가 리더 그룹 등 관련 교육을 원하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내용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콘텐츠가 탑재된 소비자교육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역별·분야별 전문강사 양성 확대와 강사 인력의 DB 관리 및 역량 제고 등을 통해, 다양한 소비자교육 수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적재적소에 강사를 파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넷째, 소비자피해나 사기의 위험에 놓이기 쉬운 고령자·장애인·이민자 등 취약계층의 소비자교육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들의 디지털 접근성을 확보하고 디지털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IT 발달에 따른 소비 방식의 다양화, 소비생활의 격차 심화, 소비자와 생산자 간 경계의 모호성 등 소비행태 대변화의 시기에 소비자교육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지광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보국장·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