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평생 한번 하는 결혼식이라는 거창한 생각 때문에 너무 많은 돈을 쓴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3-06-29 14:31 수정일 2023-06-29 14:32 발행일 2023-06-30 19면
인쇄아이콘
clip20230628155100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유월의 신부 (June bride)’ 라는 말이 있다. 서양 문화의 틀이 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는 로마신화에서 여신 ‘주노’로 통한다. Juno는 6월의 수호신으로, 6월을 뜻하는 스페인어 Junio, 프랑스어 Juin, 영어 June 등은 여기에서 유래됐다. 로마신화 속의 Juno는 혼인과 출산, 가정을 지키고 수호하는 여신이다. 이런 연유로 6월에 결혼한 신부는 주노 여신의 축복과 보호를 받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전해진다. 물론 단순히 신화 이외에도 시기적으로 너무 덥지 않고 계절적으로 다소 여유 있는 6월에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경우, 그 이듬해 봄에 출산해 일할 수 있는 가족의 수를 늘릴 수 있다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왔다. 그중 하나는 작고 실용적인 결혼식이다. 성대하고 화려하게 많은 손님과 가족 친척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하는 대신, 신랑·신부를 중심으로 작은 규모의 개성 있고 합리적인 결혼식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합리적인 것을 우선으로 여기는 젊은 세대들의 사고방식과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상황이 맞물리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부모 세대의 결혼 관습이 어느 정도 조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거창한 결혼식에 예의상 참석하는 하객의 대부분은 신랑·신부가 잘 알지 못하는 부모의 지인들인 경우가 많다. 그동안 미뤄둔 숙제처럼 축의금 봉투를 들고 의무적으로 찾아와서 소위 눈도장을 찍으려는 사람들도 많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나 힘 있는 자리에 있는 부모들의 자녀 결혼식에는 그분들의 비위를 상하게 해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는 힘없는 하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가계에 매우 부담이 되는 거액의 축의금을 준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갈 때도 있다. 이러한 돈 봉투의 의미는 삼척동자도 알만한 뻔한 것이니, 진심 어린 축하보다는 사리사욕을 봉투 가득 담아서 주고받는 것이 아닌가.

거창하고 화려한 결혼식을 통해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세우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보다는 주인공인 신랑·신부를 중심으로 진심 어린 축하와 축복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가족 친지, 친구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결혼식을 하는 것이 좀 더 의미 있지 않을까?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허례허식만 조금 바꿔나가더라도 우리 사회가 한결 실속 있고 건강해질 것 같다. 자녀의 결혼식 비용을 위해 부모는 대출을 받고, 주거 등의 비용이 없어서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남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결혼식을 올리려고 분수에 맞지 않는 비용을 들여가며 결혼식을 올린다고 해서 부부의 행복이 그만큼 비례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결혼식 비용과 부부의 행복 사이에 유의한 상관관계는 없다.

‘평생에 한 번 하는 결혼식’이라는 거창한 생각 때문에 무언가를 자꾸 더 해보려고 하다 보면 처음 결혼을 마음 먹었을 때의 마음가짐과는 매우 다른 결과를 맞게 되기도 한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점에서부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갖추고 있는 신랑·신부는 향후 어떠한 상황을 만나든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