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아프리카에 K-드론을 띄우자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입력일 2023-05-18 14:11 수정일 2023-05-19 11:08 발행일 2023-05-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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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춘 교수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대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카렌 블릭센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화 영화로 아프리카 케냐에서 만난 자유로운 영혼 데니스와의 아름다운 사랑과 아프리카 원주민과의 우정을 그린 서정적인 로맨스 영화다.

아프리카는 지구에서 가장 다양하고 방대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지만, 밀렵꾼으로 인해 대다수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국제기구 등에서 야생동물보호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밀렵을 근절할 방법은 없는 듯하다. 대부분의 정부 관리기관이나 동물보호단체들이 밀렵꾼을 감시하고 위험에 처한 야생동물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차량이나 경비행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울 듯하다.

최근 이런 열악한 아프리카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첨단 드론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이미 미국기업 Zip Line이 르완다에서 혈액을 배송하는 의료용 드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2021년 기준으로 약 3000억원 투자를 받기도 했다. 창업자인 켈러 리나우도는 1987년생으로 미국 로봇공학 및 자율주행 비행기 기업가이자 Zin line의 공동 창립자, CEO다. 그는 르완다 대통령과 이 기술의 잠재성에 미래를 걸었다. 그는 드론을 통해 혈액의 수요 대부분을 운송하도록 만들었다.

혈액은 알다시피 쉽게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관도 까다롭고 수요 또한 쉽게 알 수 없다. 하지만 드론을 이용해서 병원이나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혈액과 약품이 있다면, 즉시 배송이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완전히 자율적으로 운행한다는 점과 배송의 정확성이다. 그리고 현지인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그들을 기술자로, 기업가로 키움으로써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야생동물 보호 모니터링 드론은 낮에도 원거리의 비행도 가능하지만, 심야에도 비행이 가능하다. 낮에는 전자광학 카메라(EO)를 사용하지만, 날이 어두워지면 IR(적외선에서 이미지를 생성)을 사용해 한밤중에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심야에도 IR 카메라로 밀렵꾼들의 모닥불을 쉽게 탐지해 낼 수 있을뿐더러 자주 침몰하는 야생동물의 이동경로 등도 파악이 가능하다. 고해상도 카메라를 드론에 장착하면 매우 자세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야생동물 모니터링용으로 특별 설계된 이 드론은 100~400피트(30.5~122m) 높이로 비행한다. 경비행기보다도 낮게 날기 때문에 세부 사진을 촬영할 수 있고 소음도 심하지 않아 야생동물을 놀라게 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드론기업들도 정부 지원사업과 드론을 통한 실증도시 사용화 사업으로 기술력이 입증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IT분야 선진 인공지능 드론의 센싱과 자율주행의 드론은 향후 다른 산업 분야와 결합하면서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이 결합된 드론이다.

좁은 국내 무대보다는 신기술로 무장된 인공지능 드론이 아프리카의 하늘을 날면서 멸종 위기의 동물을 보호하는 감시 경비용 드론의 역할을 하는 날이 머지 않았다.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