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칼럼] 지속가능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정책의 방향성

오경수 계명대 교수
입력일 2023-05-09 15:42 수정일 2023-05-09 15:52 발행일 2023-05-0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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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수 계명대 교수

우리나라는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2021년 8월 31일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약칭,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22년 3월 28일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에는 2030년까지의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설정과 변경의 내용을 포함(탄소중립기본법)하고 있다. 시행령 제3조에서는 ‘국가 탄소중립 녹생성장 기본계획(이하 국가기본계획)’을 포함한,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등 에너지 및 환경 관련뿐 아니라 광범위한 국가 행정계획에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부합성을 명시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우리나라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0% 감축으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를 최종 확정했으며, 상향된 NDC를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최초 INDC를 수립했고, 2018년 수정 로드맵 제시에 이어 2020년에는 기존 BAU 대비로 수립되어 있었던 감축목표를 절댓값 기준(2018년 배출량 기준)으로 변경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의 제정과 함께 기존 2018년 대비 26.3% 감축이었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 감축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2030년 감축목표를 ‘중장기’ 감축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가기본계획을 포함한 주요한 국가 행정계획은 대부분 3~5년마다 15년~20년의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 내용에는 발전기의 퇴출, 신규 발전기의 도입, 배출권 할당업체의 할당규모 및 이에 따른 감축투자, 가스 현물 및 장기계약, 가스 및 수소 관련 설비투자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주요 국가 행정계획들이 ‘2030년 감축목표’에 부합해야 한다면 2030년 감축목표는 더이상 ‘중장기’ 감축목표가 아닌, 현시점의 이슈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주요 국가 행정계획은 이미 2030년 이후의 관련 계획이 수립되어 있었던 상황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상향조정과 국가 감축목표의 구속력을 지닌 법적 지위로 인하여 중장기 설비투자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국가 주요 행정계획과 이와 관련된 산업계 등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과 대응에 있어서 구체적인 감축량을 설정하고, 감축량 달성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사회계획가(social planner)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축목표의 설정과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기에 앞서, 이러한 정책적 방향이 현재 그리고 중장기적인 기존 국가정책, 산업계의 기술투자 등 복합적인 상황에 대한 검토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이미 설정된 에너지 시장 및 산업계의 관련 정책목표와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만으로도 경제 정책적 측면에서 큰 효율성의 손실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복잡하고 다양한 감축 방안의 기술적 가용성, 중장기적 기술투자 및 발전 상황에 대한 검토, 관련 시장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조정에 대한 사회·경제적 영향분석 등이 얼마나 면밀하게 이루어졌는지도 불명확하다.

원론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외부효과에 대한 수량적 통제를 통한 정책은 시장의 효율성,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한 동태적인 발전 가능성을 저해하는 정책적 접근 방식이다. 규제가 유발하는 사회적 손실을 동태적 성장을 통해 상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은 단기적인 시각의 정책적 접근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치명적인 유해물질의 배출이나, 원전과 같은 위험도가 높은 외부효과에 대한 통제가 수량적 통제의 정책적 접근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반면, 온실가스와 같이 경제 생산활동의 부산물로 유발되는 외부효과에 대해서는 지속가능성과 생산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시장을 통한 정책적 접근을 통해 시장 효율적인 수준의 감축량을 달성해가는 정책적 접근이 타당하다.

기후위기의 도래에 대한 이견은 없다. 기후위기로 인식되는 현시점에서 이에 대한 대응과 대비의 중심은 명분이 아닌 실리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지속가능한 기후적응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에 놓여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우리나라는 총 무역의존도가 약 60%에 달하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또한, 세계 8위의 에너지 소비국이나, 에너지·자원 소비량의 약 93%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곤국이다. 에너지 및 자원시장의 변동에 우리나라 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더불어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경제 및 통상 환경의 변화는 더욱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 미국의 금리인상, 주요국의 원자재 수출규제 등으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국제통상질서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어떠한가?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적 대응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가적 대응방향은 실리가 아닌, 명분에 매몰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부문별 감축목표와 관련 행정계획에 있어서 감축목표의 법적 구속력을 설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기준 약 6억 7960만 톤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8%를 차지하며, 1960년 이후 누적 이산화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국가 배출량 중 1.3% 수준이다.

우리나라 감축량을 10% 상향조정하고, 이것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실제 10% 감축을 달성하는 것이 아닌!)이 우리나라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최우선 과제인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접근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이다.

오경수 계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