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중대재해법 합리적 개선을

김동수 원광디지털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3-05-03 14:09 수정일 2023-05-03 16:07 발행일 2023-05-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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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원광디지털대학교 교수

지난 4월 5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회사 온유파트너스에 벌금 3000만 원을, 회사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현장소장 두 명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 시행 1년 2개월 만에 나온 첫 1심 판결이다.

지난해 5월 고양시 장항동 요양병원 증축공사 현장에서 각별한 안전조치가 필요함에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5층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원청회사와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 유죄를 선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이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대 부착과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청·재하청을 주거나 위험의 외주화로 책임을 회피해 온 원청회사들의 관행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의 신호탄이다.

여러 논란 속에서도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우리 사회의 안전문화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지방자치단체장과 공공기관장들이 안전에 대한 책임감과 경각심을 갖고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등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30년 가량 된 성남 분당의 정자교 보행교가 무너져 1명이 숨진 사고에서 보듯이, 일상에서 시민생명이 위협받고 있으니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예방보다 지나치게 사업주 처벌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당국이 겸허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안전사고에 대해 포괄적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중대재해처벌법이 무서워서 사업 못 하겠다”는 볼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고예방에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법 적용 대상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256명이 발생해 법 시행 전인 2021년 248명보다 오히려 늘었다. ‘엄벌 만능주의’만으로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 아닌가 싶다. 기업인 처벌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결코 아니다.

2024년도부터 사업여건이 아주 열악한 상시근로자 5인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 확대되면 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사업주가 최상의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을 경우 처벌하는 방향으로 법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관맹상제(寬猛相濟)’라는 말이 있다. 너그러움과 엄함이 서로 넘나든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을 다스릴 때에는 관용과 엄벌을 적절히 결합하여 사용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일하는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자는 사회적 염원이 담긴 법이다. 정부가 오는 6월까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인 만큼, 기업들의 대응을 어렵게 하는 모호한 규정이나 과도한 처벌조항들을 여야 및 정부가 중지를 모아 합리적으로 개선하길 바란다. 아울러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재계 역시 특별한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김동수 원광디지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