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떼] 윤석열 정부, ‘미국 도·감청 의혹’에 저자세인가…여 “성급해선 안돼” 야 “국민 자존심 훼손”

김주훈 기자
입력일 2023-04-15 09:58 수정일 2023-06-16 13:50 발행일 2023-04-1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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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명분 있어야 당당히 말할 수 있어…사실이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보여줘야"
홍일표 "사실이면 매듭 분명히 지어야…현재로선 정부 대응 논쟁은 성급"
이목희 "대등한 관계가 동맹…우선 강력하게 진상규명 요구해야"
김형주 "속으론 빌더라도 겉으론 큰소리쳤어야…방미 앞둬도 따질건 따져야"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p><span style="font-weight: normal;">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이 현재를 지난날과 비교하며 지적할 때 자주 붙이는 말이다. 이를 온라인상에서는 ‘나 때’와 발음이 유사한 ‘라떼’라고 부른다. 브릿지경제신문은 매주 현 21대 국회 최대 현안에 관해 지금은 국회 밖에 있는 전직 의원들의 훈수, 라떼를 묻는다. 여권에선 국민의힘의 김재경·홍일표 전 의원,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목희·김형주 전 의원이 나섰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대통령실 도·감청 정황이 드러났다는 외신 보도로 인해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미국이 최대 동맹국이라는 점과 최고 보안시설인 대통령실이 뚫렸다는 것에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해당 문건의 진위 확인 후 대응이 순서라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공식 항의가 없는 윤석열 정부를 ‘저자세 외교’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의 외교 능력이 또다시 정치권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은 14일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을 두고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과 함께 ‘미국이 악의를 갖고 한 정황은 없다’고 발언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경질을 요구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 눈치만 살필 때가 아니라 대등한 주권 국가로서 당당히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방미 전 도·감청 의혹에 대해 4가지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대통령실 도·감청방지 시스템 구축 △김태효 1차장 경질 △윤 대통령 사과·해명 등이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여당은 먼저 진위를 확인한 뒤, 필요에 따라 미국 측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 기밀문건의 최초 유포자가 체포된 것을 언급, “정보가 유출된 건 맞는 것 같다”면서도 “공개된 한국 관련 내용 중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어 정확성을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한 “한국과 미국은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파악이 끝나면 우리 측은 미국에 정확한 설명과 합당한 해명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전직 여야 의원들 역시 입장이 갈라졌다. 국민의힘은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 진위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만큼,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응 역시 현재 평가하기엔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면 민주당은 동맹국으로서 최소한의 항의를 통해 대등한 관계임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김재경 전 의원은 “주권에 관한 문제고 국민 자존심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모호한 입장은 문제”라면서도 “어떤 입장을 내기 위해선 명분이 있어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감청 진위가 확인됐을 경우에는 “수준에 맞는 반응을 내야 한다”며 “미국도 우리의 동맹국이긴 하지만,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등한 위치에 서야 이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등 쟁점에 대해 만만하게 보지 못한다”며 “특히 문제가 명백하게 밝혀졌을 때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 안보 문제는 좌우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같은 당 홍일표 전 의원도 “도·감청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만큼, 현재로선 우리가 성급하게 행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도·감청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매듭을 분명하게 지어줘야 한다”며 “이같은 문제가 사후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 약속을 받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행동이 미약하다는 주장은 조금 성급하다”며 “문제가 확인되면 그때 적절한 대응을 해야지, 공세를 펼치며 흥분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목희 전 의원은 “현재 여러 정황을 보면 ‘시진트’(첨단 장비를 활용해 신호를 포착하는 정보수집 방법)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기에 정부가 이같은 자세를 취하면 한미동맹 역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주고받는 것이 동맹인데, 이런 굴욕적인 저자세를 보이면 동맹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문제는 굴욕적 외교가 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 자존심을 크게 훼손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이에 따라 “우선 정부가 강력하게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한미 합동으로 조사를 해보자는 제안을 해야 한다”며 “큰 줄기 자체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책임자 문책과 사과, 그리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형주 전 의원은 대통령실의 대응이 ‘아마추어리즘’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부정하다가 미국이 부정하지 않은 상태가 나오니,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미국이 악의를 갖고 도청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실언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주권 국가로서 대한민국 존재가 최고 우선순위다”라면서 “속으론 빌더라도 겉으로는 큰소리를 쳤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하더라도 따질 건 따져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의 국격이 바로 서고, 이것이 우리 정부와 대통령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김주훈 기자 jh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