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신 단절’ 이어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추가 도발 가능성에 ‘촉각’

정재호 기자
입력일 2023-04-13 15:40 수정일 2023-04-13 15:42 발행일 2023-04-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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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북, 탄도미사일 동해상으로 발사(연합)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11주년인 13일 고체연료를 쓴 것으로 추정되는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첫 시험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끌어올렸다. 기존 액체연료 대비 신속한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미사일이 전력화되면 사전 징후 포착이 어려워지는 만큼 한미 대응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규모 한미연합연습과 통일부 장관의 대북규탄 성명 발표 등 최근 한미의 대북 압박 기조에 불만을 표하며 긴장을 끌어올리고, 아울러 김 위원장의 군사적 성과를 부각하며 내부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군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23분께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쐈다. 비행거리 1000㎞에 고도 약 3000㎞ 미만으로 알려졌는데 기존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때 보이지 않았던 제원이다. 발사 장소 역시 기존 평양 순안비행장 등이 아닌 평양 외곽 동남쪽 지점으로 파악됐다.

군은 여기에 미사일의 발사 특성과 궤적 형태 등을 더해 초기 분석한 결과 이번 발사가 새로운 무기체계를 시험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군은 이날 미사일이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 공개된 신형 고체연료 ICBM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화염이 주변으로 퍼지고 액체연료 미사일은 촛불과 비슷한 형태로 화염이 모인다. 고체연료를 쓰면 순간 추력이 강하기 때문에 상승 속도도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빠르다. 이런 차이점을 한미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체연료 ICBM은 김 위원장이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5대 과업’ 중 하나다. 당시 김 위원장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수중 및 지상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을 5대 과업으로 제시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에 시간이 소요되는 액체연료 미사일과 달리 신속히 연료를 장착하고 발사할 수 있다. 연료 주입 등의 활동이 불필요한 만큼 은밀성도 고체연료 미사일이 우수하다. 군과 한미 당국은 북한의 고체연료 미사일 시험이 새로운 전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엄중히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는 3자 유선 협의를 하고 북한의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북핵수석대표와 통화를 하고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다수의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임을 지적했다.

특히 한미 수석대표는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압도적인 대응 능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하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더욱 면밀히 감시하고,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다각적 대응 조치를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

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