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행동 “연기금 투자 강화한 5차 재정계산… 사적연금 활성화 의도”

이정아 기자
입력일 2023-04-03 15:19 수정일 2023-04-03 15:22 발행일 2023-04-03 99면
인쇄아이콘
작년 국민연금 수익률 역대 최악<YONHAP NO-4603>
(사진=연합)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보건복지부가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3일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 제도 신뢰를 약화해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고 정권과 자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금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금행동은 “이번 재정추계 결과는 지난 1일 발표된 시산결과를 확정한 것이며 민감도 분석 외에는 사실상 시산결과와 다른 것이 없다”며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뜬금없이 ‘연금수리위원회’(가칭)을 만들어 추가적인 계산을 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작년 중반부터 이미 재정추계전문위원회라는 외부검증기구를 가동해 그동안 21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추계모형을 확정하고 재정추계를 완료했는데 이제와서 외부검증기구를 추가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그간의 외부검증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자가당착을 자행하는 배경에는 더 낮은 출생률을 반영해 국민연금 재정전망을 더 악화된 값으로 제시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며 “이는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를 봉쇄하고 제도신뢰를 훼손해 사적연금을 활성화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앞서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국민연금이 현행 제도대로 유지될 경우 오는 2041년부터 수지 적자가 발생해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고 밝혔다. 출산율과 경제전망은 국민연금 기금 소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기금투자 수익률이 기본가정(연 4.5%)보다 0.5%p 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이 2년 늦춰지고 1%p 끌어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은 2060년으로 5년이나 늦춰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현재 보험료율(9%)을 2%p 올리는 것과 동일한 효과라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연금행동은 “기금의 역할 강화, 기금투자수익률 제고를 별도로 강조하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지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기금개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 등 3개 전문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그러다 지난달 7일 열린 2023년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수책인원 9명 중 가입자단체(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의 추천을 받아 각각 위촉하는 비상근 위원을 6명에서 3명을 줄이고 대신 3명을 전문가단체 등에서 추천받도록 변경하는 안이 의결됐다.

또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회로 검사 출신 한석훈 변호사가 선임된 것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검사 출신 인물이 위촉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연금행동은 “윤석열 정부는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에 수익률과 무관한 검사 출신 인사를 무리하게 임명하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운영규정은 자본과 정권의 영향력이 커지는 방향으로 무리하게 기금 표결을 강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30년간(1985~2014년) 미국 금융시장의 뮤추얼 펀드 데이터를 초사한 결과 시장평균 대비 1%p의 초과 수익을 달성할 가능성은 0.4%에 불과하다”며 “향후 70년간 1%p의 초과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익률 1%p 상승 시 기금 소진 시점이 5년 연장된다며 수익률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에는 정권과 자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금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