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방미 후 ‘외교·안보’ 교체설…의전·외교비서관 잇단 사퇴 후폭풍

정재호 기자
입력일 2023-03-29 16:05 수정일 2023-03-29 16:05 발행일 2023-03-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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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입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 입장하는 윤석열 대통령(연합)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의전비서관과 외교비서관 등 핵심 참모진들이 연이어 교체된 데 이어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장 교체설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안보실 이문희 외교비서관을 교체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불과 엿새 앞두고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직업 외교관 출신인 두 비서관 모두 지난해 5월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일해 왔으며 순방 때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대통령실은 “개인 사유” 또는 “사실 무근”이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대통령 방일·방미 일정이 맞물리는 시점에 핵심 실무 참모들이 연이어 바뀐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외교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윤 대통령 방미 이후에도 5월 하순 일본 히로시마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및 한미일 정상회담 등 핵심 일정들이 예정돼 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국빈 방미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정 관련 보고가 누락되면서 뒤늦게 문제가 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측이 윤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K팝 스타의 공연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제안했으나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가 되지 않아 미국 측에서 재차 답변을 요구하며 의문을 제기했고, 이 같은 보고 누락을 뒤늦게 파악한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내용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해당 일정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번 사태가 결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참모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거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일부 언론을 통해 거론되고 있다. 김 실장은 학자 출신이지만 정부의 정책 수립에 적극 관여해왔고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2차관을 역임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는 대광초 동창 사이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 초대 안보실장을 맡은 그는 지난 5일부터 3박 5일간 워싱턴을 직접 방문, 백악관·국무부 등을 두루 접촉하며 윤 대통령 방미와 관련된 제반사항을 조율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28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가 검토되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른 기사”라고 밝혔다. 김대기 비서실장도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회동에서 해당 보도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란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 실장을 비롯한 안보실 참모들과 예정에 없던 오찬을 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문희 비서관과 후임자로 내정된 이충면 비서관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고위급까지 포함한 인적 쇄신이 추가로 단행되더라도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다른 한편에선 정치인 출신인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내년 4월 총선 출마 가능성도 계속 제기되는 상황과 맞물려 한미정상회담 이후 외교·안보 진용의 전면 개편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총선 출마 희망자들이 빠지는 등 순차적인 인적 개편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