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칼럼] 보험업법 개정안의 위헌성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입력일 2023-01-16 08:37 수정일 2023-01-16 09:04 발행일 2023-01-1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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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새해에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개정안에는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을 시가로 평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즉, 삼성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삼성을 지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총수 일가가 삼성생명 유배당 가입자들에게 배분해야 할 돈을 지배 재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대체 이 법의 보호법익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보호법익이 없는 법률은 위헌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업법처럼 보험사들의 투자와 영업행위를 제한하고 위반시 행정벌과 형벌을 가하는 공법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삼성생명법이 아니어도 대기업 총수 일가는 1987년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경제력 집중억제라는 법리 하에 계열사 지배권을 엄격히 규제받아 왔다. 더욱이 삼성생명은 2016년부터 시행된 금융사지배구조법상의 계열사 지배권 통제도 추가로 받아 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력 집중규제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을 해왔다. 예를 들어 선진국은 대기업이 계열사를 지배하더라도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한 경우에만 규제하는 “시장집중규제 정책”만을 입법화해 왔는데, 우리나라는 자산규모가 크면 사전규제하는 일반집중규제와 계열사지분 소유에 대한 소유집중규제정책까지 입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사지배구조법까지 금산분리라는 구시대적인 잣대를 가지고 규제를 하니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야당의원들은 이것만으로 부족하니 추가로 보험업법을 개정해서라도 총수일가가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특정 계열사의 주식을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사실 이 규정 자체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물론, 고객이 맡긴 보험금액을 위험한 계열사에 과도하게 투자해 부실화를 막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건전한 계열사에 투자하는 것도 제한하는 것은 보험가입자들의 자산가치 증대 기회를 차단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우리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3%룰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 3% 룰만으로는 부족하니 추가로 더 규제해야 한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일각에서는 보유주식 평가시 은행이나 증권사는 시가로 평가하는데 유독 보험사만 취득원가로 평가해 실질적으로 3%를 넘기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일률적 규제라는 덫에 걸린 시각이다.

우선, 생명보험사와 은행, 증권사는 업무 특성이 다르다. 삼성생명의 경우에는 인보험을 주로 다루는 회사라는 점에서 보험료를 납입하는 기간이 수십년에 달할 정도로 장기간의 계약을 전제로 한다. 당연히 보험금지급도 보험료 납입 당시의 산정기준으로 명확히 정해야 보험금지급 시 구체적인 보험금액을 산정할 수 있다. 이는 생명보험사의 경우 보험료를 수령한 당시의 자산취득 가치를 기준으로 장부가를 기재해야 보험사고 발생시 지급할 보험금액이 명확해 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왜 ’보험업감독규정’이 보험사에게만 분자가 되는 보유자산은 취득원가로, 분모가 되는 총자산은 시가로 평가하도록 한데는 나름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삼성생명이 소유한 지분으로 총수일가가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을 지적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 여기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입법을 통해 삼성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권을 박탈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물론, 총수 일가가 지배권을 행사해서 삼성전자의 경영실적이 악화되었다면 이러한 비판이 나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굳이 삼성생명법이 아니어도 외국인 주주들이 나서서 경영권을 박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 보험법 개정안은 보호법익이 없는 입법안으로서 과잉금지의 원칙 중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물론이고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 균형성 모두를 위반한 입법이 될 수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생명법이 입법이 되면 삼성생명은 약 22조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일정한 기각 내에 매각해야 한다고 한다. 이 기간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저평가될 수밖에 없으며 삼성생명 보험가입자들에게 그 부담이 어떠한 형태로든 전가될 수밖에 없어 법익균형성 원칙을 위반할 여지 또한 크다.

지금이라도 좀 더 심도있는 논의를 거친 후 다른 대안을 찾는 입법안이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