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칼럼] 국민연금의 개혁과 관련한 몇가지 사항

윤상호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입력일 2022-12-19 13:39 수정일 2022-12-19 13:43 발행일 2022-12-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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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개최된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을 통해 장기 추계 시나리오에 따른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후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며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개혁안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비추어 보면 국민연금 개혁안의 대부분은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과 유사하게 보험료율의 인상과 수급개시연령의 상향으로 기금의 고갈시점을 늦추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굉장히 복잡한 내용으로 생각될 수 있으나 기금의 고갈시점을 늦추기 위한 개혁방안은 매우 간단하고 기계적인 산출만을 요구한다. 한 예로 국민연금연구원의 재정안정화 방안은 현재의 보험율과 수급율이 유지될 경우 2042년에 국민연금 수지가 적자로 전환되어 2057년에 기금이 고갈된다는 기본 시나리오에 근거한다. 반면 현재와 달리 보험요율을 2025년부터 12년 간 0.5%pt씩 인상시켜 현재 9%인 보험요율이 2035년에 15%로 인상된다면 국민연금 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은 2056년으로, 고갈되는 시점은 2073년으로 16년 늦추어지며, 수급개시연령을 2년 상향 조정하면 고갈 시점을 추가로 2년 더 늦출 수 있다는 것이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재정안정화 방안의 골격이다. 가입자에게 더 많은 보험료를 걷으나 더 늦게 지급해 기금의 고갈 시점을 늦춘다는, 즉 더 많이 걷고 더 적게 내주는 방식으로 전환해 국민연금으로 인한 미래세대의 부담을 어느 정도 해소시킨다는 매우 단순한 골격에 기반을 둔 개혁방안이다.

기존 가입자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어 인기가 없고 거부감이 심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기금의 고갈시점 지연방안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강력한 정치적 의지와 용기는 당연히 칭찬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더 많이 걷고 더 적게 내주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기금의 고갈시점 지연방안이 국민연금 개혁의 본질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기금의 고갈시점은 그 시점이 2050년이 되었던, 2100년이 되었든 간에 언젠가는 항시 도래한다. 정치적으로 칭찬받아 마땅한 개혁방안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더 많이 걷고 더 적게 내주는 방식의 개혁방안이 주판을 되었든 더 뚜들겨 보는 매우 단순한 방안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을 통한 국민과의 계약을 어떻게 최대한 이행할 수 있느냐와 기금이 고갈되어도 어떻게 국민의 노후소득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느냐가 항시 국민연금 개혁방안의 본질이어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의 개혁은 현재 국민연금을 통해 약속된 계약을 최대한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약속된 계약을 최대한 이행하기 위해 추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기금의 운용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즉 국민연금의 진정한 개혁은 현재의 기금운용방식이 과연 최대한의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지를 따져보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기금운용이 기금의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합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는 그렇지가 않다. 한 예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는 정치적인 이유로 금융시장과는 무관한 전주로 이전해 갔으며 이로 인해 수익률의 극대화를 위해 필수적인 인적자본의 유출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가 소위 세계금융시장의 최대의 ‘갑’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어느 누구도 더 이상 기금운용본부로 이직을 고려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기금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주 허황된 꿈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실 매우 변태적인 조직으로 짜여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걷고 수령액을 지급하는 행정조직인 연금공단과 기금을 운용하는 금융조직인 기금운용본부를 마치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간주해 기금운용본부가 최적의 인적자원을 유치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는 것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과거에 어떤 금융회사에서 어떠한 임무를 수행하고 어떠한 능력을 발휘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신규직원이 뽑힌다고 생각하면 어쩌면 현재의 기금운용본부가 보여주고 있는 수익률은 기적적인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오죽했으면 월스트리트저널은 2018년에 돼지와 가축의 오물냄새로 둘러싸인 사무실에서 근무한다는 것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직업을 설명하는 요건이라 했을까?

어느 능력 있는 금융전문인력도 가기 싫어하고 뽑을 수도 없는 조직을 만들어 기금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게 만들어 두고 국민에게는 더 많이 걷고 더 적게 내줄테니 이해하라고 하면 그것을 과연 개혁방안이라 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의 개혁은 그저 보험료율, 수급개시연령을 조정해 주판을 몇 번 더 뚜드려서 나오는 게 아니다. 국민에게 최대의 혜택을 누리도록 정부가 최대한 노력을 했으나 부족한 면이 어쩔 수밖에 없었다고 솔직하게 이해를 구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주판을 다시 한 번 뚜드리기 전에 소중한 국민연금기금을 정치적으로 오용하고 있지는 않는지 혹은 내부적으로 잘못된 점은 없는지부터 따져봐 달라는 게 너무나 큰 기대가 아니길 바란다.

윤상호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