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문재인 케어’ 폐기 방침…전문가들 “보장성 줄이자는 정부는 처음”

권규홍 기자
입력일 2022-12-14 14:34 수정일 2022-12-14 14:35 발행일 2022-12-1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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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포퓰리즘 정책, 건강보험제도 근간 헤쳐"
정형준 "우리보다 보장성 높은 일본, 대만, 유럽은 다 망한 것이냐"
윤건영 "역대 어떤 보수 정부도 하지 않았던 일"
국무회의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YONHAP NO-1975>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실시됐던 ‘문재인 케어’를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보장성 강화에 20조를 쏟아 부었지만 국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폐기를 공식화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보장성을 줄이자는 정부는 처음”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14일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대통령이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해야 하는데, 오히려 대통령이 나서서 보장성 강화를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한 발언 자체가 문제”라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건강보험에 대한 정상화가 시급하다. 지난 5년 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을 넘게 쏟아 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해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면서 ‘문재인 케어’를 폐기할 것을 예고했다.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언급하며 우선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 뒤 “그러면 가까운 일본, 대만, 유럽 국가들은 전부 (건강보험)보장성이 다 높은데 그 국가들은 다 망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케어에 들어간 돈은 1년에 20조도 아니고 5년간 20조다. 즉 1년에 4조원 꼴”이라면서 “지난 2020년 기준으로 국내 병상 총 의료비는 161조다. 이중 4조 정도를 (건강보험으로)바꾼 건데 이게 어떻게 재정 파탄이냐”고 되물었다.

또 정 위원장은 “혈세 낭비 라고 주장하려면 제도적으로 다른 대책을 발표해야 하는데도 (윤 대통령은)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결국 20조원을 보장성 강화에 쓴 게 낭비라는 주장은 말이 안되는 것이다. 지난 2020년 기준 건강보험 재정은 75조원인데, 그 중에 4조만 쓴 것으로 이것을 혈세 낭비라고 할 수가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이명박 정부의 사례도 언급하며 “그 때도(이 전 대통령이)재정 건전성을 이야기 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건 ‘희귀 난치성 질환과 중중질환 보장성을 강화 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어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80%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10년 째 6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보험의 목적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도입 목적에 역행하는 건강보험 개혁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의 ‘문재인 케어’ 폐기 방침을 두고 민주당에서도 비난이 이어 졌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윤건영 의원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한 마디로 얼빠진 일을 하고 있다”며 “역대 어떤 보수 정부도 하지 않았던 일을 하고 있다. 정말 위험한 정권”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의료비를 국가가 대 주는 것이 왜 혈세 낭비인지 묻고 싶다”며 “결국 미국처럼 민간보험에 많이 들라는 얘기이고, 돈 있는 사람들만 좋은 치료를 받으라는 소리인가”라고 지적했다.

권규홍 기자 spikekw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