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칼럼] ‘쌍둥이 적자’ 문제와 그에 대한 해법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입력일 2022-10-25 08:22 수정일 2022-10-25 09:00 발행일 2022-10-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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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속적인 재정적자와 함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1조 9천억 원으로 2019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무역수지(상품수지)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이면서 지난 8월 경상수지는 3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적자와 경상적자, 즉 ‘쌍둥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만이다.

이 ‘쌍둥이 적자’는 우리 경제에 대한 위험신호다. 경상수지 적자는 우리가 번 돈보다 쓴 돈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상수지 적자는 외국에 대한 부채가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번 돈보다 더 많이 썼기 때문이다. 물론 빚을 얻은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개인이 빚을 지더라도 그 빚으로 생산적인 투자에 사용하면 나쁘지 않다. 빚을 얻어 이자를 갚고도 남을 만큼 소득을 올리게 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빚을 얻어서 과도한 소비나 잘못된 투자에 사용하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하게 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부채가 생산능력을 증가시키는 데에 사용되면 경쟁력이 향상되어 경제가 성장하며 국가가 번영을 이룬다 .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부채가 장기적인 생산적 이득을 얻지 못하는 지출에 낭비된다면 상환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 잘못하면 국가 파산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경상적자는 국내경제 상황과 구조 하에서 경상적자에 따른 부채가 어떻게 쓰이는지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 국내경제 환경이 생산성이 높고 성장하는 구조라면 경상적자는 경제에 좋지만, 과다한 소비와 잘못된 투자에 사용되는 구조라면 경제에 나쁘다. 지속적인 재정적자가 경상수지 적자에 대해 좋지 않은 환경을 만든다.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고 과다한 소비와 잘못된 투자를 야기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재정적자가 경상적자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있지만, 이 주장은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나 타당하지 않다. 재정적자와 경상적자는 약간의 상관관계를 가질 수는 있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인간관계가 없다. 재정적자는 다만 경상수지 적자가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하는 환경을 만들 뿐이다.

지속적인 재정적자가 어떻게 좋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지 보도록 하자. 첫째, 재정적자 증가는 정부가 커진 것을 반영한다. 정부가 커지면 사람들의 지대추구행위가 증가하게 된다. 개인들이 생산을 통하여 소득을 증가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정부의 시혜를 통해 소득을 증가시키려고 노력함에 따라 희소한 자원이 부의 창출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소득이전추구 활동에 사용된다 . 즉 자원이 생산적인 것에서 비생산적인 사용처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원의 이동은 경제성장을 방해한다.

둘째, 재정적자의 증가는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개입의 증가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개입의 증가는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기업가 정신을 방해하여 경제성장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셋째, 정부지출에 따른 돈이 소비자들에게 주어지면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소비재 가격이 올라간다. 소비재를 만드는 것이 도구나 기계 등의 생산재를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기 때문에 자원이 소비재 부문에 몰려 생산재 부문이 위축된다 . 생산재 부문이 위축됨에 따라 성장이 둔해진다. 재정적자를 통한 정부지출의 증가가 소비와 생산 구조를 왜곡시켜 과다한 소비와 잘못된 투자를 야기하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문재인 정부가 취한 친노조정책, 과다한 기업규제, 그리고 징벌적 세금으로 인해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과도한 소비와 잘못된 투자가 야기되는 환경이 만들어 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쌍둥이 적자는 우리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은 줄고 수입이 늘어나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 외환위기 때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1.4%로 그나마 재정이 상대적으로 건전한 편이어서 IMF 구제금융이라도 받았지만, 올해는 그 비율이 50%를 넘었다. 위기에 매우 취약할 수 있다.

그러므로 쌍둥이 적자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 정부의 지출을 축소해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고 과도한 소비와 잘못된 투자를 야기하고 있는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기업규제를 포함한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을 철폐하며 징벌적 세금을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가의 혁신 등 경제의 역동성이 살아나 국가 경쟁력이 높아져 경제가 성장하며 국가가 부강해지고 국민들의 삶이 부유해진다.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