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카오의 경솔한 상생 홍보

노연경 기자
입력일 2022-10-20 14:20 수정일 2022-10-20 14:21 발행일 2022-10-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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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지난 19일 오전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스타일이 동반성장 관련 보도자료를 냈다.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 플랫폼인 지그재그에 입점한 중소형 쇼핑몰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내용이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자주 도마에 올랐던 카카오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그간 동반성장 지표를 담은 홍보성 자료를 많이 냈다. 평상시라면 중소상공인과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는 하는 모습으로 비쳤겠지만, 이번에는 시기가 부적절했다.

카카오 서비스 ‘먹통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상공인들의 피해 규모조차 집계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부터 운영되고 있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카카오 피해접수 센터에는 하루 만에 500여 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이들 중에는 하루 매출 80%를 날린 곳도 있다.

더군다나 이날 오전에는 먹통사태와 관련해 카카오의 대국민 사과가 예정돼있었다. 이번 일에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난 남궁훈 전 카카오 각자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택시 호출을 받지 못한 기사님, 광고 채널을 이용하지 못하신 계신 사장님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했다.

동반성장에 대한 성과 홍보는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중소상공인에 대한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이 마무리된 이후에 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카카오스타일 홍보 관계자도 경솔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134개에 달하는 거미줄과 같은 카카오 계열사를 통해 중소상공인들은 밥그릇을 위협받기도 했지만, 소규모 업장으로서 가지고 있는 물리적·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카카오가 중소상공인들에게 어떤 플랫폼이 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길 바란다.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dusrud119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