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칼럼] 제대로 된 경제 논리로 교육을 논하자

이진영 강원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2-10-10 09:00 수정일 2022-10-10 09:00 발행일 2022-10-0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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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강원대학교 교수

올해 7월 개최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기획재정부는 하반기에 유·초·중등 교육 예산인 교육재정교부금 중 약 3조 6000억 원을 고등교육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용된 예산을 대학 교육·연구역량 등 경쟁력 강화, 반도체 등 미래핵심 인재 양성, 직업 재교육 등 평생교육 지원, 지방대학 육성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교원단체 등 여러 교육 관련 단체 및 사회단체들은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대해 즉각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교육 예산의 편성 및 운용을 경제 논리만으로 접근할 경우 미래 세대의 교육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골자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교육재정교부금 전용 방침이 경제 논리만을 앞세운 방침이라는 비판은 경제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한 오해이며, 오히려 이번 기획재정부의 방침은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물이라 해석할 수 있다.

우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교육재정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정치 논리의 산물이다. 교육이라는 재화가 거래되는 교육 시장의 개념을 떠올려볼 때, 교육 재화에 대한 소비자는 학생 및 학부모이며 교육 재화에 대한 생산자 혹은 제공자는 정부 및 교육기관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교육 재화에 대한 소비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즉 교육 재화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르면 수요가 감소할 경우 이에 따라 시장균형가격도 감소하는데, 시장균형가격이 평균생산비용(정확히는 평균가변비용)보다 낮아지면 생산자는 생산을 중단하고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퇴출한다. 그러나 교육 시장은 생산자의 퇴출이 자유로운 시장이 아니다.

공립학교가 퇴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이는 공립학교가 이윤 추구 기관이 아니기 때문인 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지만, 정확한 교육생산비용 산출의 어려움 및 학교 운영에 대한 각계 간 이견 등으로 인해 공립학교들의 구조조정 추진이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효율적인 운영이 폐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교육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방만하게 운영되는 교육기관의 퇴출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경제 논리로 풀어본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책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정부가 학생 1인당 공교육의 혜택을 현 수준보다 더 늘리고자 한다면 비록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하더라도 교육 예산을 확대하는 정책의 시행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의 편성과 운영이 달라지는 것은 정치 논리의 산물이지 경제 논리의 산물이 아니다. 정책의 우선순위는 가치 판단의 영역에서 정해지는 문제이며 경제 논리는 다양한 주체들이 평가한 주관적인 가치들에 대해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또한 경제 논리는 유·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이 서로 상충관계에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개인의 합리적인 교육수준 결정을 분석하는 대표적인 모형인 인적자본모형은 교육을 미래 개인 수익에 대한 투자의 개념으로 이해한다. 인적자본모형에 따르면 교육을 통한 개인의 인적자본 축적은 개인의 근로에 대한 보상(즉, 근로소득)을 증가시키는데, 이러한 교육의 수익률은 초반일수록 높고 후반일수록 낮다. 즉, 유·초등교육이 고등교육에 비해 더 수익률이 높다.

따라서 개인의 교육에 대한 수익률만을 고려하면 유·초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보다 나은 투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수익을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시민의식 향상, 지역사회 공헌, 경제 성장 동력으로서의 인재 양성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교육의 개인적 수익뿐 아니라 교육의 다양한 사회적 수익을 고려하여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때 개입하는 논리는 정치 논리이다. 교육의 사회적 수익에 대한 가치는 주관적인 판단, 즉 정부의 철학이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고등교육 투자에 대한 사회적 수익률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면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의 시행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정책을 시행하여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인지의 문제는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 이를테면 고등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학자금 대출에 대한 이자율을 감면시켜 줄 수도 있지만, 국가장학금 지원 기준을 완화할 수도 있고 고등교육의 준비과정인 중등교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유·초·중등 교육 예산을 전용하여 고등교육 예산으로 투입한다는 정부 방침은 정부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이지 경제 논리에 따른 결과는 아니라 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은 한정된 예산을 통해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각 정책에 대해 비용-편익 분석이 수행된다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으나, 비용-편익 분석이 만능은 아니다. 한 정책과 관련된 모든 비용과 모든 편익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선순위, 즉 각 정책의 중요도는 행정부 및 입법부의 판단이 개입된다. 이는 분야별 예산, 예를 들어 교육 분야와 사회복지 분야의 예산이 서로 상충할 수 있고, 교육 분야에서도 부문별 예산, 예를 들어 유·초·중등 교육 부문과 고등교육 부문의 예산이 서로 상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교육재정교부금 전용 방침은 정치 논리가 반영된 교육정책이자 정부의 교육철학의 일환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진영 강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