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칼럼] 윤 정부 규제개혁 1호,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탄력 잃어서야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
입력일 2022-08-29 11:06 수정일 2022-08-29 11:07 발행일 2022-08-2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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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강동구 암사시장에서 주재한 제6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영업 규제에 대해 “당장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규제를 풀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로써 2차 규제심판회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규제심판회의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규제 혁신을 위해 마련한 장치로, ‘1호 안건’이 대형마트 영업 규제완화였다. 1호 실행과제가 ‘허망하게’ 막혔으니 개혁의 앞길이 험난해 보인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골목상권 침해를 막는다는 취지로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됐다. 대형마트에 월 2회 휴업을 강제하면서 0시~오전 10시 영업을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경제계와 소비자단체들은 “골목상권 부활 효과는 별로 없고, 소비자 불편만 초래했다”고 비판해 왔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에 나섰다. 정부의 규제 개선 움직임에 소상공인 단체 등 이해관계자 집단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5~18일 진행된 ‘규제심판 국민참여’ 온라인 토론에서 ‘토론에 참여한 3073명 중 87.5%인 2689명이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규제 개선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337명(11.0%)에 그쳤다.

결국 ‘특정 여론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정책을 접은 것이다. 하지만 “골목상권 부활 효과는 별로 없고, 소비자 불편만 초래했다”는 비판도 역시 ‘여론’의 일부이다. 여론이 절대적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정책을 결정할 거라면, 모든 걸 여론조사 가부(可否)로 결정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대형마트 규제는 국가개입주의의 한 산물이다. 국가개입주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인도되는 시장은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불가피하게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국가는 완벽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론은, 시장경제는 탐욕스럽기 때문에 정치에 의해 규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정치권력은 탐욕스럽지 않은가? 저질스럽지 않은가?

국가개입주의가 기댄 마지막 언덕이 ‘민주적 절차와 통제’이다. 하지만 민주적 절차는 자의적 권력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수단에 지나지 않으며 그 자체가 ‘권력의 정당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국가개입주의가 최대로 치달으면 ‘사회주의’가 된다. 사회주의는 국가를 ‘조직과 정보’에서 우위에 선 ‘전지(全知)’한 존재로 간주한다. 만약 국가가 전지한 존재라면 사회주의는 지구상에서 최고의 풍요를 누려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다. 치명적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전지 전능자(者)가 있다면 그를 따르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지 전능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주의 경제철학자 하이에크(F. Hayek)는 자유의 이면에는 인간의 ‘구조적 무지’(inevitable ignorance)가 존재한다고 설파했다. 그런 전지자(全知者)가 없기에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를 해주면 모든 소상공인과 재래시장이 회생할 것인가? ‘재래시장상인과 소상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가? 그러면 예를 들어, 300명이 타면 안전한 배에 1000명이 타면 어떻게 되겠는가? 같은 논리로 300명의 소상공인이 장사하면 알맞은 상권에 1000명이 장사하면 어떻게 되겠는 가?

윤 정부가 취임사에서 말한 ‘자유와 혁신’이 ‘갑’ 속에 든 칼이 돼서는 안 된다. ‘실행력을 갖지 못한 말만 무성한’ 정부(No Action Talk Only)로는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대외적으로는 ‘외교관계’의 실패, 대내적으로는 ‘경제운영’의 실패로 압축된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국가통치의 방향타는 의심의 여지없이 분명하다. ‘자유와 혁신’이다. 부연하면 ‘자유이념의 회복’과 ‘혁신의 추동’이다.

혁신은 기존질서를 상당부분 부정히는 것이기에 저항이 따르고 고통스럽다. 일찍이 댓처(M. Thatcher) 수상은 개혁을 셀라미를 얇게 썰어 빵에 끼우는 기술에 비유했다. 섬세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개혁은 그 자체가 거대 담론이기 때문에 ‘실행과제’를 하나씩 선별해 이를 하나씩 해결하는 점진적 접근이 중요하다. 윤 정부가 시대적 과제를 점차적으로 풀어 나가길 기대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