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칼럼] 생태계 구성원의 본래 성질과 책임

김희중 시장경제학회 자문위원
입력일 2022-07-04 09:00 수정일 2022-07-04 09:00 발행일 2022-07-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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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시장경제학회 자문위원

우리는 지구라는 터전에서 살고 있다. 지구는 오랜 역사를 거쳐 나름대로의 생태계(ecosystm)를 지니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자연의 질서에 의해 그 속에 많은 생물체들이 살고 있다. 하루살이는 하루살이로, 개미는 개미로, 여우는 여우로 숲속과 같이 자기가 사는 공간에서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다. 인간 역시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최상의 위치에서 육식과 채식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나무와 숲, 다양한 동물과 식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도 그들이 각자가 가진 고유한 특성과 성질을 가지며 살아간다. 우리 인간도 그 속에서 불을 발견하고 언어와 만들면서 진화하였다. 그리고 또 오랜 역사를 통해 문명을 만들고 발전시켜 나왔다. 모두가 자기의 영역과 먹이사슬, 생태계가 있는 것이다. 또한 살아가는 동식물, 그리고 사람들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한다. 벌은 꿀을 만들어 제공하고, 나무와 숲은 산소를 만들어 제공하고 맑은 공기를 만든다. 생태계 속에서 자기의 특성을 지니면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또 나중에 가야할 길이 있는데 이는 최종적인 길로서 모든 생물이라면 죽음으로 이 세상을 마치게 된다.

인간은 자연과 함께 문명을 발전시켰다. 공원을 가꾸어 삶의 터전을 관리한다. 하지만 인간은 욕심과 무책임, 자연의 생태계(natural ecosystem)를 생각하지 않는 결정들을 하곤 한다. 이런 행동들은 지구의 환경을 위협한다. 인간이 편안해지려고 만든 각종 문명의 산물들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려진 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산과 들, 바다의 오염 물질이 되곤 한다.

생태적인 지구의 땅 말고도 우리는 하루하루를 시장(market)이라는 경제 생태계(economic ecosystem)안에서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가 먹는 아침 식단의 식사 재료들, 아침을 먹고 출근하면서 타야하는 차량들, 승용차이건 버스이건 전철이건 상관없다. 또 회사에서 점심을 먹는 식재료들, 점심 후 먹는 커피, 또 퇴근 후 먹는 저녁식사 재료들 등이 있다. 이것들은 모두 생산자, 즉 기업이 만든 제품들이며 우리는 가게(shop)라는 시장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거나 구입된 제품을 이용하게 된다.

시장(market)이라는 경제 생태계에도 이를 구성하는 많은 구성원들이 있다. 물건을 생산하는 생산자, 물건을 사는 소비자, 그리고 정부, 은행 등 많은 구성원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시장은 움직인다. 여기서도 자기 고유의 성질과 자기 일을 해야 하는 문제는 역시 나타난다. 생산자는 생산자답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좋은 물건을 만든다. 최선을 다해 잘 팔리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생산자의 고유 성질이다. 소비자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와 기호(嗜好)를 동원하여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사려고 한다. 이 또한 소비자의 고유 성질이다.

정부는 시장이 잘 돌아가도록 투자나 재정지출을 한다. 때로는 소비자로서 때로는 생산자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은행은 이자율과 통화량 조정을 통해 시장 경제가 침체되지 않도록 또는 때로는 너무 과열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모든 구성원은 다 각자의 고유한 성질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유한 기능을 다하기 위해 각자는 또한 자신들이 해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시장에서 자신의 고유한 성질을 지키지 못할 때, 고유한 기능을 위한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생겨난다.

시장은 오랜 역사를 두고 아주 많은 구성원들로 이루어져온 인류의 터전이며 산물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명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시장을 구성하는 구성원은 5천만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장은 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은 사고 파는데 있어서 자유로운 의사를 기초로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수많은 구성원들의 개개의 본래 성질과 개인의 자유의사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또한 개개인이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가운데 자유로운 거래(transaction) 속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개의 구성원들이 본래 성질을 잃게 되고 구성원들이 자신에게 지워진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시장이 그 기능을 잃거나 약화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산자가 제품을 만들 때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여 불량식품을 만든다든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여 만드는 경우가 있다.

정부도 시장 기능을 위축시킬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시장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규제위주의 정책으로 시장을 위축시키는 경우이다. 복지를 늘리기 위해 재정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세금의 세율을 지나치게 높이거나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간의 빈부의 격차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재정지출을 지나치게 늘리는 확장재정 정책을 펼치면서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 등이 있다.

정부는 또한 일정한 임기제를 가진 정치 엘리트들이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때로는 경제 정책이 표를 얻기 위한 표풀리즘(표(票)+populism) 정책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어느 나라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임기제로 정부가 운영되고 집권 정부의 연장 또는 교체가 선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선거가 다가오면 대체적으로 어느 나라나 재정확대 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경제를 근본적인 진단에 의해 처방하기 보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단기적인 경기 부양 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많아진다는 의미이다.

선거철에 경기 부양을 위한 국가의 재정지출 정책이 많아지면 통화량이 시장의 수요에 의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인위적인 재정확대 정책에 따라 늘어나기 때문에 시장은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맞게 된다. 시장이 자연적인 생태계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과 그 결과로 나타난 통화량 확대에 대한 반응으로 움직이게 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면서 시장 기능이 왜곡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시장의 기능은 시장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각기 가진 고유 성질과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다할 때 그 온전한 기능을 발휘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을 구성하는 각 구성원들은 다른 구성원들의 고유의 성질과 의사결정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시장의 구성원들이 가진 고유의 성질을 유지하고 또한 자신의 본연의 책임을 다한다면 시장의 순기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시장이 되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희중 시장경제학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