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육부 ‘사이버대 역량진단’ 결과 쉬쉬할 일인가

류용환 기자
입력일 2022-06-29 10:51 수정일 2022-06-29 10:52 발행일 2022-06-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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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2020 원격대학 인증/역량진단 A등급 사이버대 4곳만 공개
등급 공개 대학들, "미공개 방침 어겼다" 교육부 트집 걱정

교육부가 사이버대학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증·역량진단의 평가 결과를 일부만 공개해 학교 현장에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작년 1월 전국 21개 사이버대 중 세계사이버대, 영남사이버대 등 평생교육시설 2곳을 제외한 19개교(4년제 17개교, 2년제 2개교)의 교육환경 등을 A~D등급으로 평가한 ‘2020년 원격대학 인증·역량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는 A등급을 받은 경희사이버대, 부산디지털대, 세종사이버대 등 4곳을 공개했다. 재정사업 제한 등 불이익이 예고된 D등급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에 C등급을 받은 사이버대들은 사실상 평가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전국 사이버대
전국 21개 사이버대학교.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홈페이지 캡처)

교육부는 A등급 사이버대만 공개했을 뿐, B등급 12개교와 C등급 3개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기자가 교육부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B·C등급 사이버대 명단 등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교육부 이러닝과는 거절했다. 이유는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때문이라고 했다.

사이버대 인증·역량진단에는 국민이 낸 세금 약 2억 원이 투입됐다. 정작 교육부는 혈세를 들여 실시한 진단 평가의 최종 결과를 모두 공개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기자는 교육부와는 별도로 지난 4~5월 사이버대 15개교에 정보공개청구를 신청, 이중 절반 이상의 대학의 등급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가 결과를 공개한 건양사이버대, 고려사이버대, 글로벌사이버대, 대구사이버대, 서울디지털대, 영진사이버대, 원광디지털대, 사이버한국외국어대 등 9개교의 진단 등급은 모두 ‘B등급’으로 확인됐다.

국제사이버대, 숭실사이버대, 한국복지사이버대, 한국열린사이버대, 화신사이버대 등 6곳은 등급 공개를 거부했다. 나름 사유가 있겠지만 이들 학교의 등급은 B등급 또는 하위권인 C등급으로 추정되고 있다.

등급을 공개한 사이버대들은 교육부의 업무 행태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B등급 결과를 받았는데 ‘A등급 외 미공개’라는 교육부 방침으로 인해 C등급으로 오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이버대 관계자는 “C등급을 감추기 위해 B등급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질 정도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사이버대의 한 관계자는 “80점 이상이면 모두 B등급을 부여했다”며 “아예 전체 점수 공개로 사이버대의 순위를 공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진단 평가 등급을 공개한 사이버대들에 대해 교육부는 어떠한 문제 제기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E사이버대 측은 “A등급을 받지 못해 너무 아쉬웠지만, 등급 미공개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어 B등급 결과를 알리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F사이버대 관계자는 “사이버대 재정지원사업은 일반대와 비교하면 심각히 낮은 수준으로, 교육부가 등급을 공개했다고 트집이나 잡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류용환 기자 fkxpf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