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보험계약, 웃돈 주고 삽니다”… 부채 커진 보험업계, 계약재매입 도입 요구

이지은 기자
입력일 2022-05-26 08:42 수정일 2022-05-31 10:01 발행일 2022-05-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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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연합뉴스)

과거 저금리 시기 판매한 고금리확정형 상품 때문에 보험사들의 이차역마진이 크게 증가하면서 보험사의 계약 재매입 제도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매입 제도는 보험사가 웃돈을 주고 계약자로부터 보험계약을 인수한 뒤 계약을 해지하는 제도로 보험부채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꼽힌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이차역마진은 연간 5조원으로 업계 당기순이익의 2.5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차역마진은 보험사가 부담하는 보험료 적립금 금리가 운용자산이익률보다 높은 현상을 일컫는다. 이차역마진이 크다는 것은 보험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보험료 중 저축성 비중이 높고 만기가 없는 연금저축보험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2018년 까지 생명·손해보험사가 판매했던 연금보험 1028개 중 550개가 넘게가 원금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사들의 이차역마진이 심화된 이유는 2000년대 초반 고금리 확정형 보험계약을 대량 판매했기 때문이다. 높은 고정금리를 계약자에게 보장해야하는 상태에서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며 운용자산 수익률이 줄어들었다.

이에 업계는 ‘계약 재매입’ 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웃돈을 주고 보험계약을 되사들인 뒤 계약을 해지해 보험부채를 청산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목돈이 필요해 해약하는 경우 보험사가 프리미엄을 제공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득이 크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보험사가 판매한 7% 저축보험 상품의 이자를 돌려주려면 회사가 그 이상의 수익을 내야하는데 지금 채권 수익률이 2~3%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보험 계약재매입 제도로 보험사의 부채를 줄이고 소비자는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이 도입한 ‘공동재보험’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도 업계가 계약재매입 도입을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공동재보험은 금리위험 뿐만아니라 위험보험료, 저축보험료 등 영업보험료 전체를 재보험사로 넘기는 것을 말한다. 재보험사는 위험이 현실화되면 보험사와 정산한다. 그러나 높은 재보험 비용으로 대다수 보험사들은 공동재보험을 이용하기보다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조달로 위험을 해결해왔다. 현재 공동재보험에 보험계약을 출재한 회사는 ABL생명과 신한라이프 두 곳에 불과한 상황이다.

더욱이 IFRS17(신 지급여력제도) 시행을 앞둔 올해는 업계에 있어 계약재매입 도입의 적기로 꼽힌다.

기존 제도 하에서는 보험사가 계약자의 계약을 사들이고자 해지환급금을 초과해서 웃돈을 지급할 시 이 금액이 당기손실로 잡히지만 IFRS17에서는 시가준비금 내에서 계약을 사들이면 손익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일각에서는 재매입 제도가 소비자의 손해를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동재보험은 보험사와 재보험사 즉 동등한 위치에 있는 법인 간 계약이 진행되지만 재매입은 개인인 계약자가 보험사와의 가격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간의 형평성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고금리 보험상품을 가입한 계약자는 웃돈을 주고 일반 계약자는 해약금을 덜 준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사실상 보험계약 재매입 제도는 보험사의 리스크를 소비자의 손실로 보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