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재무건전성 빨간불”… RBC 비율 급락한 이유는?

이지은 기자
입력일 2022-05-19 13:45 수정일 2022-05-31 10:02 발행일 2022-05-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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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금리가 급등하면서 보험사의 지급여력(RBC)비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매도가능증권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추후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큰 만큼 RBC 비율 150% 이하를 하회하는 보험사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의 RBC비율은 전반적으로 큰 하락세를 보였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동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지표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수준은 150%로, 보험업법상 RBC가 100% 아래로 떨어진 보험사는 경영개선권고·요구·명령을 받게 된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삼성화재의 RBC 비율은 271.3%로, 전 분기 대비 34.1%p(포인트) 하락했다. DB손해보험(188.7%), 현대해상(190.7%), 메리츠화재(178.9%) 역시 RBC 비율이 각각 14.4%p, 12.7%p, 28.6%p 줄어들었다.

생보사 또한 RBC비율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푸르덴셜생명은 올해 1분기 말 RBC 비율이 280.7%로 전 분기 말 보다 61.7%p 떨어졌다. 신한라이프(225.0%), 하나생명(171.1%)도 각각 29.6%p, 29.3%p 하락했다.

이 가운데 농협생명 포함한 5개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150% 이상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DGB생명의 올 1분기 말 RBC비율은 84.%로 전 분기 대비 무려 139.1%가 떨어졌다. 흥국화재의 RBC 비율은 전 분기 대비 8.7%p 감소한 146.7%를 기록했다. DB생명의 RBC 비율은 139.14%로 18.5%p 줄었다. 한화손보와 농협생명은 122.8%, 131.5%로 각각 54.1%p, 79%p 하락했다.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일제히 하락한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높아질 경우 보험료를 국·공채 등 만기보유증권에 투자해 운용자산을 불리는 보험사 특성상 투자 수익률은 높아질 수 있다. 반면 보험사가 매도를 위한 목적으로 매입한 채권(매도가능증권)은 기준금리가 오를수록 평가이익이 감소해 RBC비율을 하락하게 만든다.

보험사들은 지난 수년간 저금리 기조를 활용하고자 장기채를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 평가이익을 높였다. 저금리에서는 낮은 이자율로 채권을 발행하기 때문에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금리 인상시기에 채권을 발행하면 저금리 시기보다 높은 이자율을 받을 수 있어 이전부터 보유해 온 매도가능증권의 가치가 떨어진다.

이에 보험사들은 매도가능증권 비중을 줄이고 만기보유증권을 늘리는 방식으로 조처에 나선 상황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122조2069억원에 달했던 생보사들의 만기보유증권은 지난 1월 말 151조 2652억원으로 30조 가량가량 급증했다.

그러나 보험사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RBC비율 하락세는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자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보험사들의 채권자산 가치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에 새 재무건전성 제도인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조기 도입하거나 재무건전성 평가 지표를 유예하는 등의 방책을 요구고 있다. 내년부터 K-ICS가 도입되면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하게 돼 부채가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금융당국 또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악화 가능성을 고려해 금리 등 시장지표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선제적인 자본 확충을 유도하는 등의 건전성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