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긴축·기준금리 인상에 대출금리 급등… ‘이자폭탄’ 우려 현실화

이지은 기자
입력일 2022-05-18 14:57 수정일 2022-05-18 15:01 발행일 2022-05-1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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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5대은행 평균 대출금리와 지표금리 변동 추이. (자료 제공=한국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최근 들어 높은 인플레이션과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 긴축 정책 여파로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금리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더욱이 올 연말까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최소 2.00%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중은행의 고정 대출상단 금리는 머지않아 7%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리 상승기 ‘이자 폭탄’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가계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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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5대 은행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지표금리 추이. (자료 제공=한국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17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 시중 5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4.03%로 연 지난해 말 12월 대비 0.15%포인트(p)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은 1월 대비 0.21%p 금리가 올랐으며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0.13%p, 0.17%P씩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매달 상승하는 추세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평균 금리는 4.10%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0.21%p 올랐다. 5월 기준으로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담보대출 금리를 보면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경우 4~6.37%,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3.42~5.11%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고정형과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각각 3.61~5.4%, 3.57~ 5.07%였던 것을 감안하면 4달 사이 상단 금리만 각각 0.97%p, 0.04%p씩 뛴 것이다. 이에 머지않아 고정형 주담대 상단금리가 7%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출금리가 계속해 오르는 이유는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코픽스(자금조달지수)와 금융채 등을 기준으로 하는 지표금리에 금융사가 자체 평가한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구조로 결정된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의 경우 금융채 6개월물과 1년물을 지표금리로 추종하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금융채 5년물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지표금리로 삼는다. 코픽스는 시중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들인 비용을 수치로 나타낸 값이다.

금융채 금리와 코픽스는 최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예고와 금리 인상 행보에 따라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폭 올랐다. 코픽스의 경우 채권 금리가 올라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투입한 비용이 늘어나면서 함께 상승했다.

이 같은 금리 인상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한꺼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에 나서면서 연말까지 국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대폭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큰 상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기준금리가 0.25%p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은 시장금리에 선 반영 된 상태”라면서도 “연준의 빅스텝 인상 예고까지 시장금리에 반영됐는지와 관련해서는 금융권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므로 금리가 추후 대폭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출금리가 잇달아 상승하면서 20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국과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연간 가계대출 이자부담 증가액은 40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기준 은행권의 변동금리 가계대출 비중은 76.5%로, 대출금리가 급등할 경우 적지 않은 가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 역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금리를 올릴 경우 대출 수요가 줄어들어 예대마진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고 조달 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를 유지하거나 인하 경쟁을 벌인다면 큰 출혈이 따르게 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올 7월부터 DSR 3단계 규제가 시행되고 대출금리까지 오르면 대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DSR 규제로 신규 가계대출 증가율이 떨어져 예대마진이 줄어들고 지표금리는 올라가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금리 인하 경쟁을 이어나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