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칼럼] 한국의 무상교육, 바우처 방식으로 바꾸자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입력일 2022-05-02 10:37 수정일 2022-05-02 10:43 발행일 2022-05-0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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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사립이 공립보다 더 낫다

2022년 사립초등학교의 경쟁률이 11.7대 1을 기록했다. 무료인 공립초등학교를 마다하고 매월 100만원 가까이 부담하는 하겠다는 학부모들이 그렇게 많다는 말이다. 코로나 대응에서도, 영어교육에서도, 컴퓨터 교육에서도 사립초등학교는 공립초등을 압도한다.

돈을 많이 쓰니까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반문이 나올 법하다. 틀렸다. 1인당 교육비도 사립이 공립보다 더 싸다. 공립초등학교의 경우 연간 학생1인당 교육비는 1092만원인데, 사립은1019만원이다. 사립이 공립보다 73만원을 덜 쓴다. 그런데도 공립은 싸고 사립이 비싸다고들 믿는 이유는 학부모 부담금의 차이 때문이다.

공립의 학부모부담은 거의 0%인 반면 사립은 학부모가 80% 이상을 부담한다. 공립의 비용은 모두 납세자들 부담이어서 누구도 비용이라고 느끼지 못하지만 사립은 부담을 학부모가 직접 느끼기 때문에 오해가 생겨났다. 결론적으로 교육내용에서도 비용-효율 면에서도 사립이 공립보다 낫다.

이런 사정은 유치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난다. 자립형 사립고가 일반고등학교보다 더 교육을 잘한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러면서 비용도 더 저렴하다. 전국 단위 자립형 사립고의 1인당 학비는 1192만원, 공립고등학교 평균 1396만원보다 204만원이나 더 낮다. (일반고는 대부분 기숙사가 없지만 전국단위자사고는 대부분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 표 속의 1192만원은 전국단위자사고 학비에서 기숙사비 400만원을 제한 금액이다). 유치원도 사립이 공립보다 교육내용이 더 좋다. 비용은 공립의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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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비용 모두에서 사립이 공립보다 나은 이유는 절박함에 있다. 사립은 학부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예산 확보가 안된다. 자칫하면 학교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립은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절박할 수 밖에 없다. 반면 공립은 학생이 자동 배정되는 데다가 예산 또한 성과와 무관하게 학교로 직접 지원되기 때문에 절박할 이유가 없다. 예산을 절약할 이유도, 학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심화되는 교육의 획일화

교육 재정이 증가하면서 사립학교들의 정부 재정 의존이 심화되었고, 교육 활동도 사립의 특성을 잃고 공립화되어 왔다. 중학교는 평준화와 무상화를 거치면서 사립들이 사립의 특성을 잃고 공립화되었다. 고등학교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몇 안되는 자립형 사립고의 경우 어느 정도 사립의 장점을 발휘해 왔지만 좌파 교육감들은 그 마저도 폐지하려고 한다.

자사고들이 일반고로 바뀐다면 학부모 돈이 아니라 정부 돈을 받게 되고 나름대로 독창성을 유지하던 교육내용은 공립들과 똑같아 지게 될 것이다.

재정 지원의 증가가 공립화를 통한 획일화로 치닫는다는 사실은 유치원 교육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011년까지 사립유치원은 정부 돈을 거의 받지 않고 학부모의 학비에만 의존했다. 교육 내용에 대한 통제도 거의 없었다. 그 덕분에 사립유치원들은 저마다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해왔다.

2012년 유치원 무상교육이 시작되었고 학부모들에게 매월 29만원의 바우처가 지급되었다. 그와 함께 획일화 작업도 시작되었다.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들여온 누리과정은 다양하던 유치원의 교육을 획일화로 몰고 갔다. 모든 사립유치원을 실질적으로 공립화하는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교육 재정은 계속 늘게 되어 있다. 지방교육재정이 내국세 총액의 20.79%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내국세가 줄어들지 않는 한 교육재정은 늘어 난다. 학생수는 급격히 줄어드는 데 말이다.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교육의 획일화는 더욱 큰 문제다. 재정이 늘수록 교육이 좋아져야 하고, 그러자면 교육내용이 풍부해 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학교에 대한 교육 재정 지원이 늘수록 교육 내용은 획일화로 치달아 왔다. 학교와 교사들은 자발성을 잃고 공무원들의 지시에 복종하는 데에 더욱 익숙해져 간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바우처를 통한 학부모 선택권 확대와 더불어 교육 내용의 획기적 자율화가 필요하다.

바우처로 공립을 사립화 하자

바우처 제도는 두가지 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첫째 축은 재정인데 방법은 간단하다. 전체 교육 예산을 유아, 초등, 중등교육별로 배분한 후, 학생수로 나눠서 각자에게 바우처를 지급한다. 1인당 금액을 학생 수에 따라 정부가 직접 매월 학교에 지급해 줘도 마찬가지다. 공사립 모두 학생 1인당 금액은 같아야 한다. 공립학교의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사립학교보다 이미 더 많기 때문에 재정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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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차원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다. 학교가 학생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절박하게 노력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그러자면 학군제에 의한 학생 강제 배정 방식을 폐기해야 한다. 사립이든 공립이든 학생이 관내의 어떤 학교라도 선택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 학교 서열화가 걱정된다면 스웨덴에서처럼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 차원은 학교의 자유와 책임이다. 학생이 바우처로 공사립 구분 없이 선택을 하듯이 학교들이 공사립 구분 없이 자유롭게 교육 내용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예산 집행에서도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유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는 적자가 나겠지만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는 폐교도 감수해야 한다. 공사립 가리지 말고 이렇게 해야 늘어나는 교육 재정이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처럼 놔두면 돈은 돈 대로 쓰고 교육은 더욱 획일화의 나락으로 빠져들 것이다.

수십 년에 걸친 교육 개혁, 공무원과 시민단체, 교사에 의한 교육 개혁은 대부분 실패했다. 이제 학부모와 학생이 주도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스쿨 바우처다. 학생이 오지 않으면 공립학교도 문을 닫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바우처 제도는 지금까지의 어떤 개혁보다 강력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주도하는 바우처 제도로 대한민국의 교육이 환골탈태하길 바란다.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