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이브도, 정치권도 메시지 전달에 실패한 BTS병역특례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2-04-17 15:08 수정일 2022-07-22 09:15 발행일 2022-04-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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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문화부 기자

“아티스트가 힘들어한다. 국회 계류 중인 병역법 개정안 처리를 속히 결론 내줬으면 한다.”

하이브가 월드스타 방탄소년단(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의 군입대와 관련한 문제에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다. 그동안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꾸준히 병역의무를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입영시계가 흐르는 동안 이들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졌다. 정치권에서는 너도나도 이들의 병역특례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지만 번번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변화의 속도가 가장 빠른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1~2년이 소중할 수밖에 없는 회사와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문제는 시기와 장소다. 하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소속사를 방문한 지 열흘 만에 이런 메시지를 냈다. 인수위원회 방문 당시 병역특례를 논의한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서자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난걸까. 하필 국내 기자들이 미국 현지에서 방탄소년단과 연계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취재하는 기간 다시금 군 문제를 언급했다. 덕분에 비행기 11시간, 버스 7시간, 도합 18시간 동안 몸이 부서져라 이동하면서 취재에 매달린 기자들만 방탄소년단의 군 면제를 위한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눈초리에 시달렸다.

방탄소년단의 활약 덕분에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체복무 문제는 이제 겨우 논의의 선상에 들어섰다. 그러나 병역의무를 대체하는 문제는 보다 섬세하고 예민하게 접근해야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이라 해도 매번 편파논란에 시달린 그래미 수상이 기준이 될 것인가. 빌보드 차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국UK차트와 세계 음악시장 2위인 일본 오리콘 차트 진입은 공로로 인정하지 않을 것인가.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방탄소년단만을 위한 병역특례법을 제정하면 끝나는 것인가. 여타 대중문화예술인, 나아가 평범한 20대 청년들의 박탈감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하이브는 성급했고 정치권은 변죽만 울렸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