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현대백화점 지누스 인수, 차입금은 부담스러우나 사업영역 확장 계기”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2-03-23 09:47 수정일 2022-03-23 10:28 발행일 2022-03-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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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는 23일 현대백화점의 지누스 지분 취득을 불확실성 해소와 사업영역 확장의 계기로 파악했다. 다만 차입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요인이다.

현대백화점은 전날 온라인·가구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지누스의 구주 474만135주를 인수하고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143만1981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총 인수금액은 8947억원에 달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의 지분 35.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되며, 이윤재 지누스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준 35.3%에서 6.8%로 줄어 2대 주주가 된다. 매각 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이며, 이는 올해 주가수익비율(PER)의 24배 수준이다.

현대백화점의 이 같은 결정은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 남성현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백화점 사업에만 주력했지만, 점포 출점 계획은 남양주를 마지막으로 직접 출점을 자제하고 있으며 추가 점포 확대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지난 2020년부터 면세점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의미있는 실적을 기록하진 못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이번 지누스 인수를 계기로 백화점이 아닌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단순 유통사업부가 아닌 제조 및 판로를 해외로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또,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온라인 채널을 결합시켜 상대적으로 약했던 온라인 채널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봐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 주영훈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생활·문화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와 온라인 전략 등을 밝힌 바 있는데 이를 위한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대두된 것으로 보인다”며 “백화점 출점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파악했다.

지분 인수를 위한 차입금은 부담이 될 수 있으나, 금방 상쇄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투자증권 김명주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지분 취득을 위해 6000억~7000억원의 차입을 진행할 예정이나 이는 지분 취득을 통한 순이익 증익으로 상쇄 가능하다”며 “중저가 매트리스와 가구를 생산하는 지누스와의 단기적인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려우나,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며 현대백화점 온오프라인 채널의 제품 차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영훈 연구원도 “인수과정에서 차입금이 6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부담스러워 지누스 인수가 현대백화점에 미칠 영향은 중립적”이라며 “추후 현대백화점의 유통망을 통해 국내 사업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인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해외로의 사업영역 확장과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김명주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현대백화점을 포함한 현대그룹 내 유통 채널을 통한 국내 사업 확장이 용이해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지난해 지누스의 매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7%인데, 운영 효율성 향상과 매크로 위기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미국 외 지역으로의 매출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투자 조상훈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전자상거래 후발주자로 경쟁업체에 대비 보수적인 전략을 가져왔으나, 최근 전문 쇼핑몰을 강화하며 차별화를 이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온라인 가구 전문 기업인 지누스의 인수를 계기로 백화점 사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라생활·문화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또,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지누스의 중고가 라인업을 확장시킬 수 있고, 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리바트·현대L&C 등과도 원재료 구매, 상품 디자인 측면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