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제강 KB노조 위원장, ISS반대권고에 "노조추천 사외이사, 이사회 감시자·글로벌 전문가 필요"

박성민 기자
입력일 2022-03-21 10:47 수정일 2022-03-21 15:18 발행일 2022-03-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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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신관
사진=KB금융

오는 25일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금융권의 눈길을 잡고 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KB금융 노조가 추천한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추천한 사유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반대를 권고해 결과가 주목된다.

대주주가 따로 없는 KB금융은 이사회의 권한이 계열사 사장은 물론 은행장과 회장 선출도 갖고 있어, 노조를 대표하는 인물이 직접 이사회에 들어가서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70% 이상으로 높은 만큼 ISS의 입장표명으로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 노조 측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와 차이점이 있다며,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을 노동조합에서 대표로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이사회에 친 기업적 사외이사가 아닌 주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KB금융 노조는 KB금융의 6개 계열사가 14개국에서 해외 사업을 하고 있으나, 글로벌 부문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해외 사업을 확대해 실질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하려면 해외 사업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해야 한다는 사유를 들어 김 전 부행장을 추천했다.

이에 대해 ISS는 김 전 부행장의 해외 경험은 높이 평가하나, 인프라·도시개발 등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그룹의 해외 사업을 개선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21일 브릿지경제가 류제강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장(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겸 KB금융노조 협의회 의장과 서면 인터뷰형태로 노조 추천 사외이사에 관련된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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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류제강 KB금융 노조 협의회 의장(왼쪽에서 두번째)이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KB금융 노조)
◇노조 추천 이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KB국민은행 노동조합에서는 근본적으로 노조추천이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요구사항이 아니다.

주식회사는 경영진과 경영진의 독단을 전횡을 제어 할 사외이사들이 포함된 이사회라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를 두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여야 하는데 천 경영진 성향의 사외이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된다면 이사회는 그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경영진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전혀 이를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에서는 소수주주와 주요 주주들이 파견한 다양한 경로의 사외이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의사결정의 투명성 및 이사회의 독립성에 긍정적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 소수주주로서의 주주제안을 단지 노동조합에서 나서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동이사제나 노조추천이사제가 주요 이해관계자로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정책금융기관과 민간금융의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정책 금융기관이라고 표현한 공공기관은 노동이사제가 관련법 통과로 하반기 강행규정으로 시행하여야 하며, 기타 공공기관 역시 법 시행으로 인해 노조추천이사 시행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기타)공공기관은 최고 책임자의 정책적인 의사 결정에 관한 문제이고 민간 금융회사는 이러한 노동이사제나 노조추천이사제와는 근본적으로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노동조합은 공공기관의 노조추천이사제(정부의 의사결정)와는 다르며, 단지 주주로서 주주제안 후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국제 의결권 자문사들이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 사외이사 추천에 반대표를 권고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현재 KB금융에 가장 취약한 해외사업 및 글로벌 역량을 가진 후보자 추천으로 어느 때 보다 합리적인 판단에 대한 기대가 높았으나 수출입은행 재직 시 플랜트금융부(해외 PF), 여신 총괄부(해외건설수주 지원 정책 및 기획), 국제금융부(외화 조달 채권, 해외현지법인 관리, 글로벌 본드), 홍콩사무소 근무 등 해외사업 관련 역량 및 경력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은행업에서의 강점”으로 평가한 것이 아쉽다.

특히 여러 차례 추천 취지 및 당위성, 후보자 역량에 대해 설명하고 추가적으로 후보자 미팅 등을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확인 절차나 의견 공유 없이 단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 지원공사에서 상임이사(투자본부장)로 근무한 경력을 이유로 인프라, 도시개발에 국한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후보자의 역량과 전문성을 평가 절하 했다.

ISS측 의견은 카자흐스탄 BCC은행에서 1조원의 손실과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에 1조원의 자본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적자를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5년간 연평균 33%의 성장을 이유로 해외사업에 취약하다는 결정적인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회사측의 입장을 그대로 인용하는 모습이다.

노동조합에서는 해외 주주 비율이 높은 KB의 특성 상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주주 총회일까지 계속해서 주주 설득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노조 측에서는 KB금융의 해외사업 실패에 무게를 두고 김 전 부행장을 추천했지만 자문사들은 반대 의견을 냈다. 다소 상반된 주장에 대해 추가로 제시할 만한 입장은? -노동조합에서 취약하다고 지적한 해외사업의 리스크는 성장성 측면이 아니라 리스크관리 측면이다.

2008년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 투자 후 1조원의 손실 처리는 해당은행의 부실율에 따른 것이다.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에 투입된 1조원 규모의 자본투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적자 지속은 물론 부실채권 비울도 4.94%로 국내 은행 해외점포 평균 (2.14%)의 두배 이상이다. 따라서 부코핀의 부실율과 적자 지속 현상이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노동조합은 해외사업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장이 취약하다는 주장 자체를 한 적이 없는데 사측의 입장을 듣고 동문서답(빈약한 반박 논리)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0년 기준 KB금융지주의 해외사업부분 순이익은 1112억원으로 경쟁사와 비교하면 1/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ISS가 주장하는 ‘연 평균 33% 성장’은 상대적 비교가 아닌 성장성만을 강조한 것으로 수익성 부문에서도 미흡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ISS에서 몇 년째 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ISS 의견에 신뢰성이 있다고 보는지?

-기본적으로 의결권 분석 기관은 근거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잘못된 근거라도 판단기준이 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신뢰한다.

다만 유독 ISS는 회사 제시 주총안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찬성, 주주제안 주총 안건에 대해서는 잘못된 단정적인 정보와 엄격한 기준으로 반대 권고 하는 등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한 것이 문제다.

◇현재 주주설득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노동조합에서는 2000주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 전원에게 주주제안 발의 취지를 담은 서한을 보냈고 찬성 의결을 위임해 줄 것을 요청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국내외 의결건 안건 분석 기관에 문서를 통해 제안 취지 및 합리적인 판단을 요구하고 한편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직접적인 의사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박성민 기자 sm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