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에, 서울 휘발유 리터당 2000원 돌파

박성민 기자
입력일 2022-03-12 09:02 수정일 2022-03-12 09:08 발행일 2022-03-1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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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서울 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리터(L)당 2000원선을 돌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내 기름값이 최근 국제유가 상승분보다 더 크게 올랐다는 주장이 나온다.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올해 초 1687원(1월 8일)까지 떨어졌던 서울 휘발유 가격은 국제유가를 따라 빠르게 올랐고, 이달 8일 1900원 선을 넘은 지 사흘 만인 11일 2000원 선도 넘어섰다. 이런 기세라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수일 내에 2000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3월 첫째 주 정유사들의 평균 세전 휘발유 판매 가격은 946원이었다. 이 세전 가격에 유류세와 부가세 등 각종 세금이 추가된다. 3월 첫째 주 기준 휘발유 1L에 부과되는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주행세·교육세)와 부가세 등 세금은 751원 안팎이다.

세금을 더한 정유사들의 ‘세후’ 판매가격(정유사 휘발유 공급가격)은 L당 1697원이고, 여기에다 주유소 유통비용과 마진 등 67원을 포함하면 최종 소비자 판매 가격은 1764원이 나온다.

원래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는 L당 820원이지만,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을 우려해 지난해 11월 유류세를 20%(164원) 인하했다. 현재 기준 유류세는 L당 656원이다.

3월 첫째 주 기준 최종 휘발유 가격에 반영된 관세와 유류세, 부가세 등 전체 세금은 총 798원으로, 최종 판매 가격의 45%를 차지한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 휘발유 가격을 2~3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최근 8주 연속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유가의 상승세를 고려할 때 당분간 국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휘발유 가격 등락 움직임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국제유가 상승기 때는 국내 휘발유 가격의 오름세가 가파르지만, 유가 하락기에는 내려가는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가격 수준에 따라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다르고, 휘발유 유통구조 상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휘발유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상승 폭이 더 크게 느껴지지만, 반대로 가격 하락 국면에선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다소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휘발유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가격 상승을 하락보다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했을 때도 시차 때문에 국내 휘발유 가격은 2~3주 동안 계속 오르는데 이 시기에 특히 국내 가격에 대한 불만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소비자의 주유 습관과 휘발유의 유통 구조도 이 같은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유가 상승기에는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를 더 일찍 찾는데 그 결과 재고가 조기에 소진된 주유소들이 정유사로부터 더 비싸진 가격에 새 휘발유 물량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가 하락기에는 소비자들이 주유를 최대한 늦추면서 주유소 재고 소진 속도가 늦어지고, 이로 인해 새 물량 공급이 늦어지면서 주유소 판매 가격도 그만큼 천천히 내려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최근 국내 기름값 상승세는 국제유가 움직임에 비해 과도하다는 소비자단체의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4개월간 유가 변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유류세 인하분(164원)이 국제유가 상승분(88원)보다 더 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최종적으로 L당 76원 인하됐어야 하지만 오히려 100원가량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연구실장은 “국내 휘발유 가격은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세를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하게 올랐다”며 “정부가 정유사와 주유소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시차가 일정하지 않아 비교 시점에 따라 결괏값이 달라질 수 있다”며 “중장기적인 추세로 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유가에 비례한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sm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