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수요 8배' 290만 명 몰린 청년희망적금…정부-은행권 '당혹'

박성민 기자
입력일 2022-03-06 13:15 수정일 2022-03-15 17:18 발행일 2022-03-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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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설계한 연 금리 10% 청년희망적금 상품이 당초 예상한 수요의 약 8배인 290만명이 가입했다. 수요 예측에 실패한 정부가 무작정 가입자 수를 늘려 추가 비용 등 수습의 부담을 은행이 해야 하는 상황을 놓고 금융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11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이 비대면(앱)·대면(창구) 창구를 통해 지난달 21일부터2주에 걸쳐 10일간 청년희망적금 신청을 받은 결과 약 290만명이 가입을 마쳤다.

이는 정부가 당초 예상한 가입 지원자(약 38만명)의 7.6배에 이르는 규모다.

정부가 저축장려금, 비과세 혜택 등을 지원하는 이 적금이 사실상 일반 과세형 적금 상품 기준으로 10% 안팎의 금리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알려지면서, 이미 ‘미리보기’ 단계에서 5대 은행에서만 약 200만명에 이르는 청년들이 가입 자격을 조회하는 등 과열 조짐이 나타났다.

특히 요일별 ‘출생연도 5부제’ 방식으로 첫 가입 신청이 시작된 지난달 21일에는 쇄도하는 신청으로 일부 은행의 앱에서 수 시간의 접속 지연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신청 마감일인 지난 4일까지 접수를 마친 신청자 가운데 가입 요건을 충족한 경우 모두 적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아울러 2020년 소득을 기준으로 해 혜택을 못 본 이들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소득을 기준으로 한 청년희망적금 추가 가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가입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청년희망적금 인기와 관련해 “작년에는 (투자의 관심이) 부동산, 주식 시장 등에 쏠려 있는 상황이었지만, 최근 금융시장 여건이 변하면서 이런 쪽(은행 예·적금)으로 관심이 다시 돌아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청년 지원 등 공감할 수 있는 취지의 사업이지만,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에 따른 부담을 은행이 떠안게 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예측이 빗나간 것뿐 아니라, 대상 확대 등 정부의 수습 과정도 매끄럽지 못하고 일방적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은행과 자격 조회 시스템을 담당한 서민금융진흥원은 일별 신청자 수 등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당국 눈치를 살핀 몸사리기였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신청 이틀째(2월 22일) 당국이 ‘3월 4일까지 요건에 맞는 신청자는 모두 가입된다’며 대상 확대를 발표했지만, 은행권과 구체적으로 협의하거나 동의를 얻는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정부도 신청 폭주에 당황해 서둘러 대상 확대를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대상 확대에 완벽하게 동의하는 절차가 중요한 것은, 청년희망적금이 은행 입장에서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청년희망적금의 금리는 기본금리 5.0%에 은행별로 최대 1.0%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따라서 최저 5.0%, 최고 6.0%의 금리가 적용되는데, 이는 현재 아무리 높아야 3% 안팎인 일반 예·적금 금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의 비용 부담은 당연히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익사업을 통해 청년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가입자 급증의 부담을 울며 겨자 먹기로 떠안아야 하는데 생색은 정부가 내게 된 상황에 대해서도 일부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박성민 기자 sm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