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소년범죄의 문제는 시스템… ‘소년심판’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2-03-01 18:00 수정일 2022-03-01 19:37 발행일 2022-03-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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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기자의 K엔터+] 인천 초등학생 토막 살인사건·숙명여고·N번방 사태 등 실화 바탕
소년범 양산하는 사회 시스템과 소년법 당위성에 질문 던져
김혜수·김무열·이성민 열연, 신예 이연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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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사진제공=넷플릭스)
“문제는 법이 아니야. 시스템이지.” (‘소년심판’의 강원중 대사)  

또다시 한국사회에 묵직한 경종을 울리는 드라마가 공개됐다. 지난 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녀심판’은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았던 ‘소년범’을 소재로 한 법정 드라마다. 

드라마는 소년범을 혐오하는 소년부 판사 심은석(김혜수)을 중심으로 소년원 출신의 따뜻한 심성을 가진 좌배석 판사 차태주(김무열), 정계 진출 야심을 가진 부장판사 강원중(이성민), 소년범 재판은 속도전이라는 신념을 가진 또 다른 부장판사 나근희(이정은)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가 소년범을 다루는 모습을 냉정한 시선으로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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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사진제공=넷플릭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집계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소년심판’은 공개 직후 글로벌 순위 10위에 올랐고 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일본, 태국 등 5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또 다른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처럼 즉각적인 반향이 일지는 않았지만 군더더기 없이 미끈하게 잘 만든 K장르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 실화 소재 에피소드…김민석 작가 4년간 집요한 취재 결과물 
1회부터 공격적이다.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뒤 자수한 촉법소년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가정폭력, 조건만남, 학교폭력, 입시비리, 디지털 성매매까지 다양한 소년범죄가 나열된다. 현실에 뿌리를 내린 몇몇 에피소드들은 인천 연수구 초등학생 유괴 및 살해, 조국 사태 및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태, N번방, 용인 수지구 아파트 벽돌 투척 등 실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들을 연상케 한다. 
이 작품이 데뷔작인 김민석 작가는 지난 4년간 소년원, 소년분류심사원, 청소년회복센터 관계자 등 50여명을 인터뷰했다. 가출한 거리의 아이들이 ‘가출팸’을 결성해 합숙하거나 비교적 경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이 민간센터에서 생활하는 모습, 소년범의 범죄로 무너진 가정 등 디테일한 묘사는 작가가 직접 발로 뛴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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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사진제공=넷플릭스)
드라마는 단순히 소년범죄의 잔혹함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왜,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지 배경을 묻고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특히 어른과 사회에는 문제가 없는지 점검한다. 
극 중 심은석은 남의 자식을 죽게 만든 내 자식을 감싸거나 오로지 내 자식의 성공을 위해 시험지유출에 거리낌이 없는 부모들을 향해 “자기 새끼 아깝다고 부모가 감싸고 돈다면 국가가, 법원이 제대로 나서야죠”라고 일갈한다. 때로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혹하게 폭행을 가하거나 양육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부모들에게는 “왜 이렇게 당당하십니까”라고 사이다처럼 되묻는다.

◇ 절대 선인도, 절대 악인도 없다…다층적 인물묘사 돋보인 K장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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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사진제공=넷플릭스)
세심한 묘사와 더불어 절대 선인도, 절대 악인도 존재하지 않는 다층적인 인물묘사 역시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가해자인 소년범들이 악랄해지게 된 배경에 초점을 맞춰도 이들의 불우한 환경을 동정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부터 소년범 교화에 힘써 온 부장 판사 강원중이 소년법 개정을 위해 정계진출을 꿈꾸는 에피소드에서는 목적이 정당해도 수단이 정당하지 않다면 그 역시 문제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판결하다 연애하는 한국형 로맨스나 억지 눈물을 짜내는 한국형 신파가 없다는 게 큰 미덕이다. 아울러 1953년 제정된 소년법의 당위성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김민석 작가는 “글을 쓰면서도 혹시 너무 피해자 입장에 몰입했나, 가해자 입장의 변론은 아닌가 계속 경계하며 썼다”고, 홍종찬 감독도 “드라마가 답을 제시하는 건 아니지만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균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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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촉법소년 백성우 역을 연기한 27세 여배우 이연 (사진제공=넷플릭스)
극의 뼈대인 스토리에 살을 붙이는 배우들의 호연은 이 드라마를 몰입하게 만드는 또 다른 힘이다. 배우 김혜수는 흔들림없는 시선으로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표현했다. 미국 매체 포브스는 “김혜수는 어떤 역할을 맡든 항상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배우”라고 호평했다. 
김무열 역시 때로 나약하면서 감정적으로 흔들리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차태주 판사를 소화했다. 소년범들을 연기한 다양한 얼굴의 신인연기자들의 연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 2회에서 만 13세 촉법소년 백성우 역을 연기한 27세 여배우 이연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에서 정해인이 연기한 안준호의 여동생 역을 연기하기도 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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