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8년만에 지분 확대 왜?

박성민 기자
입력일 2022-02-24 08:45 수정일 2022-02-24 15:53 발행일 2022-02-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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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왼쪽부터)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경선 실반그룹 대표/사진=연합뉴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이 회사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정 회장이 주식을 취득한 것은 8년 만으로, 그 동안 자녀들의 지분을 늘리면서 지배력을 확대해왔는데 정 회장이 직접 주식매입에 나서 주목된다. 경영권 안정화를 통한 경영승계작업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현대해상에 따르면 정몽윤 회장은 지난 21일 현대해상 주식 8만9400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취득가액은 약 25억 원으로 보유 현금 등 자기 자금으로 매입했다. 이번 주식 취득으로 정 회장 등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22.75%로 0.1%포인트 상승했다.

정 회장이 회사 지분을 늘린 것은 2014년 이후 8년 만이다. 그 동안은 자녀인 정경선, 정정이씨의 지분을 늘리면서 지배력을 확대 해왔다.

정몽윤 회장은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남 정경선 실반그룹 대표는 1986년생으로 2012년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하고 2014년 주식회사 HGI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 임팩트·지속가능성·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테마로 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실반캐피탈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장녀인 정정이씨는 HGI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자녀들은 현재 현대해상 경영에는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 정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2명의 각자대표를 둔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해 총 이사회에 70%정도 참여했다.

정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이미 오너2~3세 경영 시대를 알린 여타 재벌 보험사들과는 달라 많은 시선을 끌었다.

예컨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오너3세로서 경영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이사도 궁극적으로 가업계승 경영중이다.

때문에 정 회장의 주식매입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정경선 대표가 벤처회사 운영 경험을 통해 향후 현대해상에 입사해 일선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게끔 사전포석을 놨다는 전망도 나와 주목된다.

정 회장이 그동안 자녀 경영수업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도 이를 일부 뒷받침한다. 정 회장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루트임팩트에 28억원을 출연했고 본인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정경선 대표에게 은행에서 약 200억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경영 승계를 위한 다목적 포석을 두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현 대주주가 주식을 물려주고 수증인이 증여세를 내는 구조가 아니라, 잠재 수증인이 돈을 빌리는데 주식 담보를 대신 제공해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을 활용해 현대해상 주식을 사고 나중에 증여까지 받게 된다면 보유지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정 대표도 2006년 현대해상 주주로 이름을 올린 뒤 해마다 1만~2만 주씩 주식을 사들였다. 이후 2018년 4만주, 2020년 8만3500주, 2021년 5만주를 매입하면 지분율을 0.45%(40만6600주) 까지 확대 했다. 정 대표도 본인이 보유한 주식 중 87.7%(35만6600주)를 주식담도 대출에 활용하면서 약 30억원을 은행에서 대출 받았다.

주식담보는 오너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차질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담보 비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사재출연 등으로 경영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에 “대주주로써 단순 지분 확대 차원이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기자 sm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