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Talk]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글로벌 열풍
◇‘학폭’이 만든 좀비…어른들을 믿지 못하는 아이들
세계적으로 좀비물은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꼽힌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여기에 ‘학교’라는 전 세계 공통의 배경과 ‘세월호’를 비롯한 한국의 사회적 상황을 이입시켰다.
드라마의 배경은 가상의 도시 효산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과학교사 이병찬(김병철)의 아들이 자살하면서 비극의 서사가 출발한다. 아들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이 교사가 실험 중이던 ‘좀비 바이러스’의 일종인 ‘요나스 바이러스’가 사고로 학교 외부로 퍼지면서 도시는 삽시간에 좀비떼에 점령당하고 만다.
드라마는 지극히 한국적인 배경과 시선을 담았다. 병찬의 아들 진수가 폭력을 당하는 건물 옥상에는 십자가 첨탑과 절 깃발이 동시에 걸렸지만 신도 ‘학폭’ 피해자를 구원하지 못한다. 진수에게 학폭을 가한 학생들은 여학생의 옷을 벗기고 디지털 성폭력을 가하지만 피해자보다 외부 시선을 중시하는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유야무야 넘어가고 만다. 임대 아파트 거주학생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 게시물,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기생충’이라고 조롱하는 ‘금수저’ 나연(이유미)의 대사에서 학생 때부터 빈부격차로 인한 혐오가 시작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좀비떼가 출몰할 때도 “학교 일은 학교 안에서 처리해”라는 교장의 발언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묻어버리는 한국 기성세대의 답답함이 읽힌다.
◇세월호 아픔…그럼에도 아이들 구하는 어른들에서 희망
21세기 한국사회 최악의 사고로 꼽히는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곳곳에 등장한다. “얘들아 모두 살아있어야 해”(담임교사), “엄마랑 아빠는 저 구한다고 학교 앞까지 왔는데 경찰도 소방관도 아무도 안 왔어요. 나중에 누군가 이 영상을 보면 관계자들 꼭 처벌해주세요”(지민)라는 주인공들의 대사, 추모 리본과 메시지에서 8년 전의 악몽이 겹쳐진다. 굳이 좀비떼 투성인 효산시를 찾아간 유튜버, ‘효산시민 수용 결사반대’를 외치는 인접도시의 모습에서는 코로나19 초창기 확진자를 혐오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단순히 사회의 어두운 단면만 들춰냈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 갇혔을지 모른다. 하지만 드라마는 아이들과 그들을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소수의 어른들을 통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학생은 미래고 어른은 노하우인데 누구를 먼저 구할까?”라는 학생들의 대사는 미래 세대와 기성세대의 간극을 줄이는 통합의 시도를, “앞으로 누가 앞장서서 다른 사람을 구하려고 하겠어요”라는 청산(윤찬영)의 대사에서 이 드라마의 궁극적인 메시지가 ‘희망’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한층 빠르고 강력해진 K좀비, 학교 통해 경쾌한 볼거리 제공
학교와 K좀비의 결합은 놀랍게 경쾌한 리듬감을 안긴다. 보건실, 급식실, 방송실, 음악실, 도서관을 배경으로 속출한 좀비떼들은 ‘킹덤’에서 보여준 그것을 넘어 한층 역동적으로 활보한다. 도미노 게임을 하듯 도서관 책장 위를 달리며 좀비를 피해 다니는 학생들, 좀비들을 향한 K궁사의 힘찬 화살도 볼거리다.
다만 좀비로 인한 신체훼손이나 폭력 묘사, 청소년 성폭력 문제 등 수위를 넘어서는 일부 장면은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원작에 존재하지 않았던 임신 청소년의 출산 장면 역시 불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시즌 12회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은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