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첫 드라마 도전 김지운 감독 “매회 떡밥, 다채로운 장르로 승부”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1-11-15 18:15 수정일 2021-11-15 18:15 발행일 2021-11-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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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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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드라마를 촬영한 신인감독 김지운입니다.”

모든 게 처음이다. 국내 첫 상륙한 글로벌 OTT 애플TV+의 첫 한국어 드라마. 스타 영화감독의 첫 드라마 도전. 영화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등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이 자신을 ‘신인’이라고 표현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 감독이 연출한 ‘닥터 브레인’은 천재 뇌 과학자(이선균)가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다른 사람의 뇌를 스캔해 기억을 모으는 SF 스릴러물이다. 

카카오에서 연재 중인 홍작가의 동명 웹툰은 연재와 동시에 “할리우드가 꼭 사야 할 IP”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모았다. 독특한 소재와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지난 2013년 국내 감독 중 처음으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스탠드’를 연출한 김지운 감독과 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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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 (사진제공=애플TV+)

“사람의 뇌를 들여다본다는 소재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처음에는 영화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앞섰는데 서사를 차곡차곡 빌드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드라마는 3부부터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면서 많은 감정과 관계의 층위를 보여준다. 드라마 연출이 처음인 김 감독은 시청자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매회 스릴러, 서스펜스, 호러, 액션, 휴머니즘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섞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매회 ‘떡밥’을 던진 셈이다. 

영화와 호흡이 다른 드라마를 연출하며 가장 중점을 둔건 명확한 메시지 전달이다. 2시간 분량으로 압축해서 편집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같은 제작기간 3배 이상의 내용을 촬영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미장센 보다 스토리를 중요시하게 됐고 기민한 판단력이 앞서야 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걸 우선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염두에 뒀죠. 그러다 보니 점차 이야기 전달력이 더 또렷해지는 지점이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에피소드마다 완결성을 가지면서도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떡밥’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이게 시리즈물의 매력이자 특징이 아닌가 싶어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 고세원 박사 역의 이선균에 대해서는 “한국의 평범한 중산층 중년 남성을 편하게 전달하는 배우”라고 정의했다. 그런 고세원 박사가 다양한 인물의 뇌를 스캔하며 신체적 능력까지 증가하는 모습에서 한국형 히어로같은 모습도 비쳐진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마블이나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 같은 느낌을 줄 수는 없기에 죽은 사람의 뇌를 스캔할 때 고유의 특성이나 관습이 신체적 특성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학적 전제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자문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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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브레인’ (사진제공=애플TV+)

주인공 이선균이 영화 ‘기생충’으로, 또 다른 주인공 박희순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으로 세계적인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감독 입장에서 호재다. 또 다른 주인공인 서지혜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사랑의 불시착’으로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인지도가 높은 게 좋지 않겠나”라고 웃으면서도 “박희순씨는 ‘마이네임’ 공개되기 전 함께 촬영했는데 배우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다. 이 배우의 존재가치가 증명될 것이라 생각했다. 해외에서의 인기는 보너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3년간 영화만 촬영한 영화감독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흐름이 가속화된 글로벌 OTT 시장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환경이 바뀌었고 영화산업이 위축되면서 OTT에서 더 다양하고 모험적인 소재를 다룰 수 있게 됐어요. 대형 스크린을 포기하면 OTT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된 거죠. 세상이 바뀌면서 창작자 입장에선 또 하나의 문이 생겼어요. 영화와 드라마를 병행하는 게 이상적인 상태가 됐죠.”

영화감독 김지운
김지운 감독 (사진제공=애플TV+)

그럼에도 김 감독의 차기작은 영화다. 김 감독은 “남들이 들으면 재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늘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며 “한번 성공한 장르를 두번 연속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닥터브레인’ 시즌2 제작에 대해서는 말끝을 흘렸다.

“성공했다고 다시 하는 건 지겹고 성공을 보장한다 하더라도 제가 작업하는 의미를 찾기 어려워요. 드라마를 통해 제가 보완해야 할 점을 들여다봤으니 차기작은 영화를 찍어야죠. ‘닥터 브레인’ 시즌2를 촬영한다면 다른 의미의 흥미를 제공하면서 이야기는 정확하게 종결할 예정입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