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이상윤 “서울대 출신이라 기회 많았지만 머무르지 않았죠”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1-11-08 18:00 수정일 2021-11-08 18:00 발행일 2021-11-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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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드라마 ‘원더우먼’ 마친 이상윤
이상윤
배우 이상윤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서울대 출신만 출연 가능한 드라마? 누리꾼들 댓글에 엄청 웃었어요.”
17.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은 SBS 드라마 ‘원더우먼’(극본 김윤 연출 홍성창)에서 주인공 이하늬의 조력자 한승욱 역을 연기한 배우 이상윤은 ‘서울대 동문 드라마’라는 댓글에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극 중 사라진 재벌 며느리 강미나와 조연주 검사 1인 2역을 연기한 이하늬, 한주그룹 법무팀장이자 한승욱의 최측근 김창완 그리고 이상윤 자신까지 3인이 모두 서울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하, 저도 그 댓글 읽었어요. 이하늬씨가 저희 셋이 나오는 장면을 캡처한 사진을 보내면서 누리꾼들이 저희 셋이 나오는 신을 서울대 동문샷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줬어요. 사실 저희 PD님도 동문이세요. 이하늬씨는 학창시절에는 한번도 본 적 없지만 워낙 성격이 싹싹해 촬영장의 분위기를 이끌어줬고요. 김창완 선배님은 ‘귓속말’ 이후 두 번째 작품이라 한결 편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하늬씨와 김창완 선배님의 티격태격 호흡이 잘 맞아서 두 분이 베스트 커플상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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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원더우먼’의 한장면 (사진제공=SBS)
드라마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자신을 재벌며느리 강미나라 여기는 조연주 검사가 검사 본능을 버리지 못한 채 시댁에서 할 말을 다하는 ‘사이다’ 콘셉트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상윤은 극중 강미나의 시숙이자 한주그룹 한영식(전국환) 회장의 조카 한승욱으로 분해 조연주의 기억회복과 한주그룹의 비리를 찾는 데 일조한다. 드라마의 인기에는 웬만한 개그맨 뺨치는 이하늬의 코믹 연기가 큰 역할을 했지만 극 중 강미나를 진정시키고 도움을 주는 부드러운 시숙 이상윤 역시 뭇 여심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덕분에 그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미친 시숙’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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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원더우먼’의 한장면 (사진제공=SBS)
“대본이 워낙 맛깔나게 코믹했죠. 처음 대본만 읽을 때는 조연주 검사가 시댁 식구들에게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는데 막상 방송으로 보니 속 시원하더라고요. 못할 말도 아니고 해야 할 말들을 연기한 이하늬씨의 열정적인 연기력도 일등공신이죠. 전 개인적으로 코믹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PD님의 제지를 받았어요. 한승욱은 멜로드라마 속 남자친구 같은 모습을 보여 달라 당부하셨죠. 모든 사람이 코믹한데 혼자 진지충 같이 있는 모습도 쉽지 않던걸요? (웃음) 저는 한승욱 보다 덜 진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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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상윤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이상윤은 서울대 물리학과 재학 중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다 길거리 캐스팅돼 연예계에 입문했다. 엄친아, 상견례 프리패스 상이라는 애칭은 배우 이상윤의 꼬리표이기도 하다. 지적인 훈남 이미지로 사랑받았지만 오히려 그 이미지가 연기자로서 한계를 뛰어넘는 벽이 되기도 했다. 화상으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 때도 ‘서울대 출신’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연기를 처음 시작한 순간부터 그랬어요. 때로 ‘서울대 출신’이 저를 가둔다는 생각도 했죠. 이제는 학력 때문에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사해요. 하지만 그 자리에 머무르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에 노력하는 수밖에 없죠. 어느 순간 현장에서 ‘서울대 출신이야?’라고 묻는 분들이 생겼는데 ‘서울대 출신’이 아닌 한명의 연기자로 봐주는 것 같아 더 좋았어요.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서울대 출신은 그래서 안돼’라는 얘기를 들을까봐 부단히 노력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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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원더우먼’의 한장면 (사진제공=SBS)
다만 그는 더 이상 진지한 ‘훈남’ 이미지가 아닌 자유로운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한 것처럼 시트콤을 통해 ‘원더우먼’에서 못 다한 코믹 연기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기존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비슷한 역할 제안을 많이 받곤해요. 하지만 조금은 망가지고, 자유로운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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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상윤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이상윤의 차기작은 연극 ‘라스트 세션’이다. 지난해에도 같은 작품의 C.S 루이스 역으로 한차례 무대에 섰다. 
“연극 무대에 서면서 이순재 선생님이나 신구 선생님을 자주 뵀어요. 고령의 선배님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고 젊은이의 말을 수용하려고 노력하며 순수한 모습으로 작품에 매달리시는 걸 보며 배우곤 합니다. 저도 열정적으로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