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더컬처] 박학기·김현철이 말하는 동아기획과 학전의 음악 “MZ세대와 교감 이어지길”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1-10-11 18:00 수정일 2021-10-11 18:00 발행일 2021-10-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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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현철(왼쪽)과 박하기(사진제공=FE엔터테인먼트, HK엔터프로)
“동아기획 출신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의 영웅 김민기 선배님의 숨결이 서린 학전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만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죠.” (박학기)    

‘동아기획’과 ‘학전’. 닮은 듯 다른 두 공간은 1980~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동아기획은 국내 최초로 ‘레이블 팬클럽’ ‘아티스트 추천제’ ‘24채널 녹음방식’으로 한국 대중음악 수준을 한껏 끌어올린 회사다. 

포크 대부 조동진을 비롯해 조동익, 장필순, 김현식, 봄여름가을겨울, 들국화, 박학기 그리고 막내 김현철까지 ‘동아기획’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검증된 보증수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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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현철이 공개한 동아기획 시절 사진. 사진 왼쪽부터 20대의 김현철, 하덕규, 박학기 (사진제공=FE엔터테인먼트)

‘아침이슬’의 김민기가 설립한 학전 소극장은 포크가수들을 위한 라이브 무대를 제공한 곳이다. 댄스음악이 주도한 1990년대, 설 자리를 잃은 포크 가수들은 학전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났고 이러한 소극장 문화는 이후 홍대 인디밴드 공연문화로 발전했다. ‘학전’이라는 극장명은 과거 서울대 문리대 학내식당에서 따온 이름으로 알려졌다.  

동아기획과 학전 소극장 출신 가수들의 합동공연이 처음으로 개최된다. 이달 22~23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리는 ‘아카이브 케이 온’(K-ON)이 그것이다. ‘우리, 지금 그 노래’라는 부제를 가진 공연에는 김현철, 장필순X함춘호, 동물원, 박학기, 조규찬, 여행스케치, 유리상자 등 한국 대중음악계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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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현철 (사진제공=FE엔터테인먼트)

공연은 올 초 SBS를 통해 방송된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를 제작한 음악콘텐츠기업 11018(일일공일팔, 대표 최정윤) 측의 기획과 적극적인 제안으로 성사됐다.

방송과 공연에 모두 참여한 가수 김현철과 박학기는 “박물관에 박제가 아닌, 현재진행형 가수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학전과 동아기획 가수들 모두 현재진행형 가수거든요. ‘아카이브케이’ 방송을 통해 지금 세대와 추억을 교감한 것처럼 음악이 허브가 돼 새로운 관객층이 유입됐으면 좋겠어요.”

김현철과 박학기의 음악적 뿌리인 ‘동아기획’은 지금으로 따지면 일종의 ‘힙합 크루’ 같은 기획사였다. 

지금 같은 연습생 아이돌 시스템이 부재하던 시절 동아기획 소속 아티스트가 젊고 재능있는 신인을 회사에 추천하는 방식을 택했다.

미술을 전공하던 박학기는 화실선배인 하덕규의 추천으로 동아기획에 발을 들여놓았다. 들국화의 최성원으로부터 “곡을 기가 막히게 쓰는 친구가 있다”는 추천을 받은 뒤 1988년 동아기획의 김영 사장과 계약서를 썼다. 박학기의 히트곡인 ‘계절은 이렇게 내리네’ ‘아름다운 세상’ ‘비타민’ 등 오랜 시간 사랑받은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김현철은 80년대 후반 강남을 주름잡던 천재소년이었다. 학창시절부터 고교 밴드에서 활동했던 그는 음악도, 공부도 잘한 것으로 이미 입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김현철도 동네 레코드 가게 주인으로부터 ‘우리노래전시회’ 1집을 추천받은 뒤 동아기획에 빠졌다. 김현식, 조동진, 시인과 촌장 등은 예민한 10대 소년의 감수성을 한층 키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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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현철이 공개한 동아기획 시절 사진 (사진제공=FE엔터테인먼트)

동아기획의 ‘찐팬’이던 그는 공연에서 우연히 조동익을 만난 게 인연이 돼 박학기 1집까지 참여했다. 동아기획의 김영 사장이 김현철의 능력을 단박에 알아보고 3000만원이 든 골프가방을 건네며 계약하자고 한 에피소드는 지금까지 전설처럼 내려온다. 김현철은 동아기획에서 ‘춘천가는 기차’ ‘동네’ ‘그런대로’ ‘달의 몰락’ 등 총 3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춘천가는 기차’와 ‘동네’는 tvN ‘응답하라 1988’을 통해 MZ세대에게도 익숙한 곡이다.

동아기획 출신들은 학전 소극장의 단골손님이었다. 동아기획 출신이 아니어도 학전에서 공연을 자주 치른 가수들은 가깝게 지내곤 했다. ‘학전’이라는 공간에서 공연을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은 음악적 결이 통한다는 의미였다. 

수차례 학전 무대에 섰던 박학기는 최근 ‘아침이슬 50주년 기념 헌정앨범’을 총지휘하기도 했다. 박학기는 “김민기 선배는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계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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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학기 (사진제공=HK 엔터프로)

두 사람은 ‘아카이브 케이 온’ 같은 공연이 앞으로 계속 기획돼 MZ 세대와 교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10대와 20대인 두 가수의 자녀들도 동아기획의 음악에 푹 빠졌다. 

“둘째 딸 정연이가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있던 어느 날 아빠 콘서트에 왔어요. 무대에서 노래 한곡 부르라고 하니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고르더라고요. 늘 아이돌 음악을 듣고 연습하던 정연이에게는 그냥 아는 삼촌, 고모들의 노래인데도 이 노래가 마음에 와 닿았대요. 저와 딸들의 세대를 관통할 수 있는 소통도구가 음악인 셈이죠. 이런 공연이 계속 기획됐으면 좋겠어요.”(박학기)

“우리 아들은 장범준을 좋아하는데 범준이가 제 노래를 커버했잖아요. 하하. 추억이란 한번 소환되면 끝이지만 아티스트들은 새로운 무대와 작업을 통해 새로운 가수가 되곤 합니다. 이번 공연이 아티스트들의 추억을 되살리려고 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김현철)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