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시니어] 후손들이 조상의 묘를 찾는 이유

임병량 명예기자
입력일 2021-09-16 13:59 수정일 2021-09-16 14:00 발행일 2021-09-17 13면
인쇄아이콘
임병량기자
임병량 명예기자

안산시 공설묘지(단원구 선부3동)는 봉분만 있는 곳이다. 지난 12일 추석명절을 앞두고 조상 묘를 찾은 후손들이 벌초와 성묘를 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어린 손자까지 동원되어 가족 나들이로 북새통을 이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한정된 몇 사람만 벌초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설묘지로 가는 길은 자원봉사자들이 차량 행렬의 흐름을 안내하고 있다. 평소는 여유 있는 도로가 명절만 되면 앞뒤에 오는 차량으로 쉽게 막혀 진퇴양난의 유명세 있는 도로다. 묘지가 많아서 서두르지 않으면 차량이 몰려 길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벌초와 성묫길이 한결 쉬워졌다.

벌초는 조상의 묘 이상 유무를 살피고 그동안 웃자란 잔디 정리와 잡초를 뽑는다. 묘 주위에 삐져나온 잡목 가지치기, 배수로 정리도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 나이 든 사람은 학습이 되었지만, 젊은이들에겐 다소 생소하다. 조상의 묘는 노소가 함께 관리해야 가계도를 알 수 있는 자녀들의 교육장이다. 준비한 제사음식을 차려 놓고 조상에게 정성스럽게 성묘하는 모습도 보였다.

양옥진(73·서울 양천구 목동) 씨는 “지난해부터 손주들을 데려오지 못해 섭섭해요. 애들은 야외에 나오면 마음껏 뛰고 풀벌레와 함께 놀기를 좋아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동행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수도권에 공설 묘지는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소지만, 이런 기회까지 빼앗아 가버린 코로나가 원망스럽습니다”라고 하면서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이 변하고 추석 명절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일가친척이 함께하던 벌초가 대행업체에 맡긴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넉넉한 마음과 배려하는 가족 간의 동행은 지난해부터 볼 수 없습니다. 고유 명절 추석은 조상을 찾아보고 일가친척의 촌수를 챙기는 유일함의 기회가 해마다 퇴색해지고 있습니다”라고 아쉬워했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시작되며 상식의 실천이다. 현대는 핵가족이 되면서 개인주의와 물질 만능에 젖어 있다. 상식이 무너지고 배려나 양보가 부족하다. 상식을 실천한 사람은 겸손하고 품위가 있다. 우리 국민의 지식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하지만, 교만이란 중병을 앓고 있다. 인성교육은 사람 꼴의 값, 즉 이름값과 나잇값, 자릿값을 알게 한 역할이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맹자의 사단 설은 인(측은지심), 의(수오지심), 예(사양지심), 지(시비지심)이다. 이를 실천하는 선한 삶을 살 때 인성의 기본이 갖춰졌다고 하고, 사람이 측은하게 생각하는 마음, 부끄러워하는 마음, 사양하는 마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라 짐승과 다를 바 없다.

오늘날은 빠르게 급변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로봇 공학, 사물 인터넷, 무인운송 수단 등 4차 산업 혁명 시대라고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만은 사람의 몫이다. ‘勿以善小而不爲 勿以惡小而爲之’ 선은 작아도 반드시 하여야 하고, 악은 작아도 하면 절대 안 된다.”

나는 아직도 내 주장만 앞세우고 있는가. 나이가 들수록 자기 생각이 강하다. 내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고백만 해도 다른 세계가 보인다. 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 생각에 대한 고집 때문이다. 세상이 원한 사람은 자신이 틀렸다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틀렸다고 말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힘을 합해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은 아무리 배워도 끝이 없다. 오늘날의 인성과 효는 주변에서 자꾸만 멀어지고 있다. 해마다 조상의 성묘에만 참석해도 가족관계는 가까워질 수 있다. 그 시간이 아까워 대학교 입시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전해준 밥상머리 교육이 제자리를 잃었다. 가정교육의 부활은 인성과 효가 회복되는 길이다.

임병량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