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이제 막 걸음마 뗀 돌봄로봇… 정부 뒷바라지 아쉽다

김아영 기자,안동이 기자,이지은 기자
입력일 2021-09-14 07:00 수정일 2023-04-04 19:16 발행일 2021-09-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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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돌봄 현재와 미래] <하>로봇산업 육성책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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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가 홀몸 치매노인 돌봄서비스로 활용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 '알파미니'.(사진제공=서울시)

한국은 인구의 20% 이상이 고령자인 ‘초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820만 6000명으로 전체의 16.4%에 달했다. 독거노인도 166만명이다. 생산연령인구 4.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상황이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갖춘 돌봄 로봇이 하루빨리 인간의 돌봄 노동을 대체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부족한 예산과 단기 과제 중심의 개발 전략 탓에 관련 산업의 성장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국내 어르신을 위한 디지털 돌봄 시스템의 현황과 문제점, 향후 해법을 짚어 본다.

◇ 장기적 연구 지원체제 구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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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초구가 도입한 AI로봇을 상대로 어르신들이 로봇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연합)
국내 노인 돌봄 로봇 관련 연구개발이 지속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 지원이 단기간에 그쳐 2~3년의 단기 연구에 치우치기 때문이다. 최근 3~5년의 ‘다년사업’으로 정책지원 기조가 바뀌는 분위기지만,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면 관련 산업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을 전망이다.

돌봄로봇 중개연구와 서비스 모델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국립재활원의 송원경 재활보조기술 연구과장은 “앞으로 로봇의 도입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발 맞춰 연구 개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정부 지원 프로젝트가 대부분 단기에 끝나다 보니 그 사이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병행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 전향적인 예산 지원 시스템 절실
스피커 로봇의 율동<YONHAP NO-3058>
지난 7월 코엑스에서 열린 ‘2021 스마트 디바이스 쇼 x 소형가전쇼’에서 블루투스 스피커 로봇이 재생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연합)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지난 6월에 물류와 웨어러블, 의료, 돌봄 등 4대 서비스로봇 유망분야 등 총 36개 과제를 선정해 66억 9000만원의 국비를 투입키로 했다. 진흥원도 자체 예산 지원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작년부터는 수요처에 비용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엔 지원 비율을 50%에서 70%까지 늘렸다.

하지만 우리 서비스 로봇 시장이 이제 막 시장 형성기에 있는 만큼, 보다 전폭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상미 로봇산업진흥원 서비스로봇혁신팀장은 지금처럼 보조금에 과다하게 의존해선 한계가 있다며 “돌봄 로봇의 효과성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어 산업 시장 자체가 활성화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을 발판 삼아 기업들이 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정부는 그 데이터로 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탄탄한 시장 수요기반 구축부터

돌봄 로봇 수요층의 상당수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노인들이다. 지자체나 공공기관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현재 ‘서비스 로봇 활용 실증사업’을 통해 한 해 최대 70%까지 구매 비용을 국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돌봄 로봇 1115대와 배설 케어로봇 150대, 치매예방 로봇 9대에 이어 올해도 새 돌봄 로봇 1200대를 추가 보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원 규모가 크지 않아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돌봄 로봇이 ‘보조기기’로 지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이다. 전동휠체어나 손 떨림 방지스푼, 전동침대 등과는 다르게 공적 급여지원을 받지 못해 자비로 사야 한다.

수요 확대를 위한 관련 규정과 절차 보완도 시급하다. 돌봄 로봇의 경우 신 산업이라 관련 절차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 서비스를 내놓아도 규제 기준이 없어 허가까지 시간을 끌기 일쑤다. 그나마 지난해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해 절차 마련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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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청에 비치된 키오스크 체험존. 디지털에 약한 어릔들을 위한 지원 시스템의 일환이다. (사진=연합)
◇ 디지털 헬스케어도 지원도 서둘러야

미국의 웨어러블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116억 달러로 세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스포츠·피트니스 기기가 가장 많고 다음이 원격 환자 모니터링 및 홈 헬스케어 기기이다. 한국IDC에 따르면 우리는 2020년에 전년대비 50.7%나 많은 1276만대의 웨어러블 기기가 출하됐다. 이어웨어가 73.6%였고 손목밴드와 워치가 다음이다. 원격 환자 모니터링 및 홈 헬스케어의 상용화는 많이 처져 있다는 얘기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 부족이 한 원인이다. 미국 FDA는 2017년에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계획’을 내놓고 모바일 헬스케어를 비롯해 원격 의료 산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영국이 세금 혜택 및 기업 인센티브를 시행 중이며 독일은 ‘E-헬스법’으로 전자 의료보험 카드 활용과 개인 데이터 보안 규제를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Digital Health 2020 - EU on the Move’에서 2025년까지 공동 데이터 액세스 인프라 구축에 합의하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중국이 건강정보 플랫폼 및 빅 데이터 활용 촉진 등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에 올인하고 있고 일본은 2018년 ‘온라인 진료 실시 지침’을 마련해 원격의료 전반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 무궁무진한 미래산업 선점해야
홀로 사는 노인 16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YONHAP NO-1891>
서울 탑골공원에서 무료급식을 받고 있는 어르신들. 166만명에 달하는 독거노인들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라도 돌봄 로봇을 비롯한 디지털 돌봄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한 형편이다. (사진=연합)
고령화 속도로 볼 때 노인 돌봄 사업의 잠재적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아직은 먼 나라 이야기다. 관련 데이터 부족과 제도의 부재로 산업의 성장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 생태계도 일본보다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 보다 기술적으로 뒤쳐졌거나 시장이 현저하게 작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원더풀 플랫폼의 ‘다솜이’는 카메라를 이용한 기능이 탑재되는 등 일본의 그루브X가 선보인 ‘러봇’과 기능이 흡사하다. 하반기에 나올 한컴로보틱스의 로봇 토키(Toki)2도 사람과 교감하며 이용자의 감정을 다룬다. 우리도 활발한 투자와 연구만 뒷받침된다면 돌봄 로봇 산업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송원경 국립재활원 연구과장은 “현재 국내 돌봄 로봇 시장은 5000억원 규모를 목표로 하는 일본에 비해선 걸음마 단계지만, 급속도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는 “배설, 욕창 등 거동이 힘든 노인들을 보조하는 기술을 넘어 2023년부터 진행되는 후속 연구에서 소셜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도 우리는 불과 2년 전에야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를 첫 적용했을 정도로 걸음마 단계다. 2019년에 ‘바이오헬스 국가 비전 선포식’까지 했지만 여태 전담부서 신설이나 구체적인 관련 스타트업 지원 방안이 마련되지 못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샌드박스 적용 영역을 확대하고 원격의료와 의료 빅데이터 활용 등에 대한 제도 개선에 시급히 나서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김아영·안동이·이지은 기자 aykim@viva100.com